WSJ "아베, 트럼프화 되고 있다…정치문제, 통상정책 혼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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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발표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정치 문제와 통상 정책을 혼동하는 ‘트럼프류(流)’의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은 정치적 조치" #정치 문제와 통상 정책 혼동하는 '트럼프류' 채택 #'자유무역 신봉자' 아베 이미지 손상될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WSJ 칼럼니스트인 월터 러셀 미드는 이날 ‘일본 외교가 트럼프화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일본이 한국에 가한 이번 수출 제한은 “한국의 보호주의에 대한 보복이 아닌 장기간 이어진 격렬한 정치적 분쟁에 따른 조치였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대전 후 규칙에 기반한 다자주의 시스템의 지지자였던 일본이 트럼프식 방식을 따라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에 대 한 보복 관세 부과, 화웨이 금수 조치 등 무역 규제를 외교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식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따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칼럼은 또 이번 조치가 한·일 관계 개선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중국과 북한 문제 대응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원하지만 “일본의 새로운 무역 방침은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무역 전략이 큰 손해를 동반한다는 사실을 부각할 것”이라 우려했다.

WSJ는 이날 서울·도쿄발 기사에서도 “일본이 기술 수출을 외교 분쟁 무기로 사용키로 결정함으로써 그동안 자유무역 신봉자로 알려진 아베 총리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법에 바탕을 둔 국제무역질서의 새로운 지도 국가로 일본을 부각해 왔다. 미국이 빠진 11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주도했으며 지난달 말 열린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지도자들에게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 투자 환경’을 촉구하는 성명에 동의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WSJ는 그런 아베 정부가 G20 이틀 후 갑자기 한국에 무역 규제를 가하고 나섰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화웨이를 제재하는 등 무역 규제를 정치 문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지켜봐 온” 아베 총리가 ‘트럼프식 전술’을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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