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의 치졸한 경제 보복, 현실화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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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일본이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일본 산케이 신문의 보도가 나왔다. 오는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물질 3종의 대(對) 한국 수출을 규제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하나같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필수인 물질이다. 아예 수출을 막은 것은 아니고, 건건이 수출 허가를 받도록 바꾼다고 한다. 산케이는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곧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은 추정 보도라지만,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한·일 관계가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지금 아닌가. 며칠 전 G20 정상회담에서도 두 나라 정상은 단 8초간 악수 인사만 했다.

경제 보복이 시행되면 국내 기업들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일본이 노리는 바다. 상대국 정부와 담판을 이어가지 않고, 애꿎은 기업을 비틀어 일본의 외교 목표를 달성하려는 처사다. “보복할 수 있다”고 일본 정부가 슬며시 내비쳤을 때부터 “치졸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던 이유다. “일본 정부가 다가온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보복 시행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보복은 일본에도 독이 될 뿐이다. ‘큰 손’인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에의 판매를 희생하는 것은 일본 기업에도 큰 손해다. IT 말고 다른 분야에서도 두 나라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최근 10년간 양국 기업이 함께 제3국에서 자원개발을 한 것만 100건이 넘을 정도다. 이런 파트너십을 깨뜨려 어찌하겠다는 것인가. 웃는 건 그 틈에 이익을 얻는 제3국 기업이다. 외교 갈등이 생겨도 경제는 협력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부디 이런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국 정부도 외교적 노력을 더 기울여 일본과 윈-윈하는 경제 협력 관계를 하루빨리 복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