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 소개론 북한 실상 알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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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근 개방화와 북방정책의 와중에서 중국·소련·베트남 등 공산국가에 대한 다큐멘터리 물이 끊이지 않고 방송되는 반면 통일의 대상인 북한 사회에 대한 프로그램은 부족한 형편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소개정규프로그램인 KBS 『남북의 창』과 MBC 『통일전망대』는 북한사회에 대한 독보적인 정보채널로서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두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북한사회의 정확한 실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단편적인 소식만을 전하는 경우도 많아 시청자들의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한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지난주의 경우에도 『남북의 창』에서 방송한 북한측의 임수경양 관련 남한보도비난, 민자통 검거비난, 북한의 대성산동물원 식구가 늘었다는 보도 등으로 편성돼 북한사회 이해에 모자라는 감이 있었다.
MBC의 『통일전망대』는 북한소식이 아닌 중국의 인민해방군창설 62주년기념식을 머릿기사로 보도하는 등 중국과 소련관계보도에 치중해 북한정보채널로서의 기능이 미흡했다.
반면 『남북의 창』에서 문규현 신부의 발언을 보도한 것은 북한 소개프로그램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양 TV 9시뉴스에서 문 신부의 연설내용을 일부 방송한 것은 애초에 『남북의 창』에서 관계기관에 자료 요청했던 비디오를 보도한 것이니 만큼 실질적으로 『남북의 창』이 훌륭한 보도기능을 한 셈이다.
『남북의 창』은 문 신부의 북한내 행적에 관한 보도가 전혀 없던 상황에서 일부나마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 문 신부 입북사건에 대해 국민 스스로 판단할 직접적 근거를 제공하는 기능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소개 프로그램이 가지는 근본적 한계는 자료의 제한이다.
양 TV의 프로그램은 모두 정부관계기관에 북한관계자료를 요청해 방송하고 있으며, 독자적으로 입수한 자료도 이 기관의 심의를 거쳐야만 방송할 수 있다.
즉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자료선택권이 정부기관에 있는 것이다.
비록 현시점에서 북한관계 자료가 전면 개방될 수 없다 하더라도 귀중한 전파를 통해 방송되는 내용은 북한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어야 한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북한의 대남 비난방송이나 지금껏 들어온 김일성 부자 찬양방송 등은 이미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운 사실, 즉 「뉴스」가 아닌 것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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