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밀수 혐의' 이명희· 조현아 모녀 집행유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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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뉴스1]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뉴스1]

13일 오전 10시 인천지방법원 316호 법정.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어머니인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날 머리를 묶고 흰색 상의에 검정색 하의를 입은 조 전 부사장과 흰색 셔츠에 검은색 재킷을 갖춰 입은 이 전 이사장은 서로 다른 시각에 다른 출입구로 법원에 들어왔다. 이들은 재판 내내 고개를 숙여 바닥을 응시하며 침묵을 지켰다. 이 전 이사장은 중간에 눈을 지그시 감기도 했다.

이날 인천지방법원에서는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과 이 전 이사장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다. 인천지법 오창훈 판사는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조 전 부사장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480만원, 6300여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3700여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과 이 전 이사장에게 각각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오 판사는 조 전 부사장 등의 범행이 횟수, 내용 등에 비춰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조현아가 대한항공 부사장을 사퇴한 뒤 직책이 없었고 피고인 이명희는 처음부터 직책이 없었음에도 대기업 회장 가족이라는 지위에 있음을 기회로 개인적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직원들을 범행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며 “장기간 범행하고 조현아의 경우 대한항공 회항 사건으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에 저지른 범죄라는 점은 불리한 사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 판사는 “피고인 조현아가 일부 고가 물품을 밀수하긴 했으나 총 203회 중 밀수 1회당 50만원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며“국내 유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용품이나 자가소비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추징 보정처분에 협조했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오 판사는 이들 모녀의 밀수 범죄에 가담한 대한항공 직원 2명에 대해서는 선고유예를,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법인에 대해서는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해외에서 구입한 물품을 밀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70)이 13일 인천 미추홀구 소성로 인천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뉴스1]

해외에서 구입한 물품을 밀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70)이 13일 인천 미추홀구 소성로 인천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뉴스1]

조 전 부사장 측 “법적 문제 될 줄 몰랐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6200여만원 추징을 구형했다. 또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 및 벌금 2000만원에 3200만원 추징을 구형했다. 검찰은 “국적기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밀수 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조 전 부사장과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우연히 해외 지인이 대한항공으로 선물을 보내면서 대한항공 문서수발시스템을 이용하면 배송상 편리하다는 점을 알게 됐고 법적인 문제가 되는 줄 모르고 한 범행”이라면서 정상 참작을 호소했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직원들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명품 의류와 가방 등 시가 8900여만원 상당의 물품을 205차례에 걸쳐 대한항공 여객기로 밀수입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이 전 이사장도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대한항공 해외지사에서 과일, 도자기. 장식용품 등 3700여만원 상당 물품을 46차례에 걸쳐 대한항공 여객기로 밀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이사장은 2014년 1월부터 7월까지 자신이 해외에서 구매한 3200여만원 상당 소파와 선반 등을 대한항공이 수입한 것처럼 허위로 세관 당국에 신고한 혐의도 받았다. 조 전 부사장 모녀와 같은 혐의로 세관 당국에 입건돼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조현민(36) 한진칼 전무는 혐의없음으로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재판이 끝난 뒤 이 전 이사장이 먼저 재판장을 빠져나갔다. 변호인들과 상의를 거쳐 10여분 후 재판장을 나온 조 전 부사장은 심경, 경영복귀 여부 등을 묻는 말에 답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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