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북한에 100만 달러 식량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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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유엔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 식량 지원금으로 100만 달러(약 11억9100만원)를 기부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오전 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WFP를 통해 대북 식량 지원을 하는건 처음이다.

WFP 통해 북한 영유아 식량 기부 #“국내 민간단체 통한 추가 지원도”

박 시장은 “식량 위기에 처한 북한의 5세 이하 영유아의 영양 개선을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1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구의 40%인 1000만이 넘는 인구가 지금 식량 때문에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고, 긴급 구조를 안 하면 안 된다. 특히 영유아나 임산부들의 영양이 굉장히 어려운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WFP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지난 10년 사이 최악이라며 국제사회의 긴급 지원을 촉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데이비드 비슬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만나고 있다.[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데이비드 비슬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만나고 있다.[뉴스1]

서울시의 이번 대북 식량 지원은 지난달 14일 데이비드 비슬리 WFP 사무총장의 서울시청 방문이 계기가 됐다. 비슬리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박 시장에게 북한 영유아 등에 대한 식량 지원에 서울시가 적극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해졌다.

박 시장은 WFP 이외에도 국내 민간단체를 통한 대북 추가 지원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이날 팟캐스트에서 “그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에 헌신해 온 국내 민간단체의 요청도 적극적으로 수렴해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누적된 서울시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약 350억원이다. 서울시의 이번 대북 지원금 100만 달러는 이 기금의 일부다.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과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 모두 국내 민간단체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을 했었다.
박 시장은 이날 팟캐스트에서 “북한에 여러 가지 농사를 잘 할 수 있는 인프라 등이 굉장히 부족하다고 들었다”면서 농업·산림 등의 기초 시설 협력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식량 부족 문제를 북한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박지용 서울시 남북협력추진단 개발협력담당관은 “북한 측과의 협의가 필요한 내용인 만큼 아직 계획이 세워진 건 아니지만, 이를테면 병해충에 강한 농작물을 개량하는 기술을 남과 북이 협업하는 식으로 큰 틀에서 방향을 정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원금에 대한 서울시 자체 심의는 이달초 열린다. 서울시 심의가 통과되면 이 지원금을 이달 중 WFP측에 기부한다. WFP는 이 기부금으로 5세 이하 영유아가 먹을 수 있는 영양강화식품을 구매해 북한에 전달할 계획이다.

박지용 담당관은 “WFP가 서울시의 지원금으로 이뤄진 식품 구매부터 분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책임지고 모니터링하게 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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