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볼턴 "탄도미사일" 언급에 "트럼프 대통령 트윗을 보라"

중앙일보

입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표현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회담장에 서 있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회담장에 서 있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6일 “한ㆍ미 양국이 공동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나온 모든 언급은 양국의 공식 입장이 될 수 없다”며 “볼튼 보좌관의 언급도 미국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존 볼턴 보좌관은 25일(한국시간) 일본 도쿄에 도착해 AP통신, 뉴욕타임스 등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에 대해 어떠한 탄도미사일 발사도 금지시켰다"며 "(북한은)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의 측면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there is no doubt about that)"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쏘아올린 발사체가 볼턴 보좌관의 말처럼 탄도 미사일로 특정될 경우 한반도 상황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위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탄도미사일이라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다”가 전제했다. 21일엔 문 대통령이 한ㆍ미 주요 군지휘관 초청 오찬에서 탄도 미사일이 연상되는 ‘단도 미사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논란이 발생하자 청와대는 즉각 “단거리 미사일을 잘못 읽은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지바현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지바현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청와대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에 의미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오전(한국시간) 북한의 발사체를 ‘작은 무기들(small weapons)’로 표현하며 “북한이 몇몇 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몇 개의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김정은 위원장이 나와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정치 상황을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대통령의 언급과 참모의 주장 중 어떤 것을 더 신뢰해야 하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발언 직후 서둘러 메시지를 올린 배경도 함께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청와대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ㆍ미 정상간 통화내용을 유출해 공개 브리핑을 한 사건이 한ㆍ미 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의 한 인사는 “청와대는 그동안 야당의 왜곡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한ㆍ미 정상간의 깊은 신뢰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화 내용들을 공개하는데 신중해왔다”며 “그러나 양국이 신뢰를 쌓아온 그동안의 노력이 이번 일을 계기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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