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딜레마···윤석열 협박 유튜버 때리자 구독 8000명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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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서울중앙지검 지검장(왼쪽)과 태극기 집회의 모습. [연합뉴스, 김상선 기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지검장(왼쪽)과 태극기 집회의 모습. [연합뉴스, 김상선 기자]

검찰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집 앞에서 살해위협 방송을 했던 유튜버 김모씨에 대해 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일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정식 수사에 착수한 지 1주일만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윤 지검장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서영교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위협을 가한 혐의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진보 인사들의 자택까지 찾아가 시위 방송을 하며 후원금을 모집한 김씨를 엄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사 시작 뒤 구독자 수 8000명 늘어

하지만 수사가 시작되자 김씨가 자신을 "정치 탄압의 피해자"라 주장하며 보수 유튜버들 사이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것은 검찰의 고민거리다.

지난 일주일간 김씨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8000명이 늘어나 6만2000명에 달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김씨의 영향력을 키워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지검장을 살해협박한 내용이 담긴 개인방송을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튜버 김모씨의 모습. [유튜브 캡쳐]

윤석열 지검장을 살해협박한 내용이 담긴 개인방송을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튜버 김모씨의 모습. [유튜브 캡쳐]

10일 오후 열린 김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법원 앞에는 김씨를 지지하는 수십명의 시민들이 '체포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반인의 영장심사를 앞두고 반대 기자회견까지 열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표현의 자유 존중, 집앞 시위는 선 긋겠다"

검찰은 "김씨는 정치탄압의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김씨의 행위가 타인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적인 장소에서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집 앞에서 위협을 가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특정인의 자택 앞에서 위협 방송을 하는 것에 확실한 선을 긋겠다는 것이다.

유튜버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검찰 비판 기자회견 [김민상 기자]

유튜버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검찰 비판 기자회견 [김민상 기자]

김씨의 집 앞 방송에 위협을 느꼈다는 민주당 우원식·서영교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함께 살고 있는 가족과 주변 이웃들이 (김씨의 방송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었다"고 말했다.

"부작용 우려" vs "법과 원칙 따라야"

판사 출신의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는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존중해야 하지만 집 앞 위협 시위에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 방송은 다수의 불특정 시청자에게 노출돼 피해자에 대한 신변위협과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로 김씨의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지적엔 "법과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설령 김씨의 영향력이 확대되더라도 검찰과 법원이 그런 부작용까지 고려한다면 정치에 종속이 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씨가 자택 앞까지 찾아와 시위를 해 위협을 느꼈다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모습. 우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의 시위로 딸과 아내까지 상당한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씨가 자택 앞까지 찾아와 시위를 해 위협을 느꼈다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모습. 우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의 시위로 딸과 아내까지 상당한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공인에 대한 비판에는 보다 넓은 범위의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한다"며 "검찰 수사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향력 급증한 개인 유튜브 방송들

이번 사건은 유튜브 방송의 급증한 영향력을 드러낸 경우란 분석도 나온다. 단순 개인 방송이라 치부하기엔 유튜버들의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실제 김씨가 진보 성향 인사들을 위협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들의 조회수는 10만회가 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에서 집회 업무를 담당했던 한 경찰관은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개인 방송을 할수록 조회수와 수익이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라며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정보들이 뉴스의 형태로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한정된 인력을 가진 유튜브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김씨가 윤 지검장 집 앞에서 살해 협박을 했던 영상은 열흘 동안 방치돼있다 지난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뒤 삭제됐다.

결정이 미뤄진 사이 윤 지검장의 자택과 차량 번호가 공개된 영상의 조회수가 이미 7만 2000회에 달해 뒤늦은 대응이란 비판이 나왔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유튜브가 사용자의 콘텐츠를 자의적으로 삭제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은 아니다"면서도 "살해 위협은 엄연한 범죄 행위인데 유튜브의 대응이 늦었던 점은 비판받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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