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교 모녀가 경찰에게 결정적으로 반응한 이야기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오후 울산대교 방어진 방면 난간에 투신을 기도한 모녀가 위태롭게 서 있다. 모녀는 약 5시간 만에 구조됐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울산대교 방어진 방면 난간에 투신을 기도한 모녀가 위태롭게 서 있다. 모녀는 약 5시간 만에 구조됐다. [연합뉴스]

울산대교에서 투신을 기도하며 5시간이나 경찰과 대치한 모녀의 마음을 돌린 경찰관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왼쪽부터 울산지방경찰청 김유미 경장, 김치혁 경장, 전하지구대 손영석 경위. [사진 울산지방경찰청 제공]

왼쪽부터 울산지방경찰청 김유미 경장, 김치혁 경장, 전하지구대 손영석 경위. [사진 울산지방경찰청 제공]

지난 7일 오후 울산대교 동구 방향 중간지점(높이 60m)에서 투신을 기도한 모녀를 설득한 울산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김유미 경장은 8일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상당히 긴박했던 상황이었다. 자칫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침착한 대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모녀가 서 있는 지점에서 10m 이상 거리를 유지한 김 경장은 앞서 현장에 도착해 모녀를 설득 중이던 동부경찰서 전하지구대 손영석 경위와 함께 말을 걸었다. 처음에 엄마(40)는 반응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힘들다”는 말이었다.

김 경장은 “엄마가 계속 울고 있어 대화를 지속하기 어려웠다”며 “흥분해 있는 감정을 스스로 가라앉을 수 있게 기다려 줘야 한다. 감정을 배출할 수 있도록 ‘괜찮다’고 독려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다 또 다른 협상팀 요원인 김치혁 경장이 모녀가 타고 온 차량에서 모녀와 아버지 등 가족 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는 수첩을 발견해 김 경장에게 전달했다.

김 경장은 수첩 속 딸의 이름을 보고 조심스럽게 “00야”하고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지금껏 별다른 반응 없이 바다만 바라보던 중학생 딸이 약간 놀라는 듯하며 김 경장을 바라봤다고 한다.

김 경장은 자신을 ‘언니’라고 지칭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김 경장은 이들이 결정적으로 반응한 얘기는 ‘가족’이었다고 전했다. “최근 어린이날도 있었고 어버이날이었는데 이런 얘기를 하니 어머니도 조금 반응을 하시더라고요. 이제 어버이날이니까 ‘가족과 좋은 곳에서 밥도 먹고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얘기를 계속했었습니다.”

“어버이날 가족들끼리 맛있는 것이라도 먹으러 가야 하지 않느냐”는 김 경장 말에 딸은 난간을 넘어 울산대교 안쪽으로 들어왔다.

딸은 아빠와 통화를 원했다. 스피커폰으로 연결된 통화에서 아빠는 딸에게 “괜찮다. 엄마와 집으로 와라”는 말을 했다. 그 순간 딸은 흔들렸다고 김 경장은 전했다.

안전이 확보된 딸이 엄마에게 “엄마, 나 이제 괜찮다”고 말하자 엄마 역시 안정을 찾았고, 손 경위가 김 경장이 엄마를 부축해 안쪽으로 넘어오게 해 5시간 가까이 벌어졌던 위기 상황은 그렇게 끝이 났다.

모녀는 지난 7일 오후 4시 32분 울산대교 난간을 넘어 투신기도를 하다가 출동한 경찰관들이 설득해 오후 9시 10분쯤 딸이, 오후 9시 22분쯤 엄마가 안전하게 구조됐다.

모녀 가족 내부 문제로 이날 투신기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고가 원인은 아니라고 경찰은 전했다.

김 경장은 “두 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