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명품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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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을 구매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 백화점 명품관 구매자들의 절반 이상이 20~30대다,. 백화점 직원들이 20대 고객을 깎듯이 맞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여름 정기세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의 현대백화점. 명품 브랜드들의 세일이 한창이다. 이들 브랜드는 통상 정기세일 1주일 전에 할인 행사를 한다. 정기세일의 번잡함을 피해 여유롭게 쇼핑 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다.

그 중 L사 매장. 알아주는 명품 숍이다. 예전에 이곳 매장은 40~50대 돈 많은 '사모님'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날은 20~30대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벼운 청바지 차림에 선글라스로 멋을 낸 젊은 여성 10여 명이 분주히 선글라스.핸드백.구두 등의 가격과 사이즈를 물어보고 있다. 40~50대 사모님들도 이따금 들어왔으나 분위기가 어색한 지 조용히 매장을 둘러보고 나갈 뿐이다.

다른 브랜드 매장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이 매장의 한 여점원은 "올 들어 브랜드 세일을 하면 줄잡아 방문고객 4명 중 3명 정도가 20~30대"라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의 소비자가 젊어지고 있는 것이다. 명품 핸드백하면 40~50대의 중년 부잣집 마나님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에는 젊은 아가씨와 미씨들도 구매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짝퉁'에 만족해 오던 젊은 여성들이 요즘은 '진품사냥'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올 들어 지난 6월 15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이 중 20대의 소비 성향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이 기간 중 20대 고객 수는 13% 늘었다. 하지만 20대 매출은 35%나 증가했다. 매출 증가율이 고객 증가율의 거의 3배에 가깝다. 20대들이 값비싼 명품 구매를 늘리기 때문이라고 이 백화점 관계자는 분석했다. 30대 매출은 17% 늘었으며 40대는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롯데백화점 명품관인 에비뉴엘은 올해 3월말까지 1년간 20~30세대가 구매고객의 52%를 차지했다.

현대.신세계 백화점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같은 트렌드에 맞춰 명품 브랜드는 요즘 20~30대를 겨냥한 젊고 트렌디한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기존 루이비통 가방은 다소 투박한 느낌의 가죽 소재에 전통적인 모노그램 문양이 대부분이었다. 루이비통은 여기서 벗어나 최근 청바지 소재인 데님을 이용한 가방을 내놓았다. 데님 가방은 젊은 층을 겨냥한 것으로 가볍고 가격도 약간 낮게 책정됐다. 루이비통은 또 반짝거리는 '레르니 라인'의 가방도 출시했다. 역시 20~30대가 타깃이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젊은층의 구매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89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에 비해 무려 52.4%나 증가한 것이다. 순이익도 41억원으로 전년 대비 215%나 올랐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구찌는 소재를 다양화하고 장식을 믹스 매치한 제품을 많이 출시했다. 의류는 캐시미어.스웨이드 등 소재로 젊은층의 선택폭을 넓혔다. 다양한 프린트 위에 비즈 등으로 장식한 스웨터도 내놨다. 액세서리도 20~30대를 겨냥, 형태와 밸런스를 상반되게 디자인했다. 구찌그룹코리아는 지난해 2월부터 연말까지 11개월간 매출이 1215억원으로 2004년 2월부터 지난해 1월 말까지 13개월간의 매출액보다 8.7% 증가했다.

프라다는 티셔츠 시리즈에 젊은 감각을 표현했다. 그래피티나 애니메이션 등의 디자인을 전통적인 디자인과 믹스했다.

발렌시아가도 젊은 감각의 모더사이클 라인을 출시했다. 특히 가운데 큰 자물쇠가 달려 있는 가방인 '끌로에'가 젊은 층에 인기다.

20.30대 남성들도 요즘 명품 구매에 적극적이다. 디올옴므나 제냐, 프라다 옴므 등 남성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자기만족을 위해 명품을 구매하는 20~30대 소비층이 증가하고 있다. 기존에는 잡화 중심의 소비가 많았으나 요즘은 의류 등 고가 상품 군의 구매가 많다. 앞으로는 20~30대 고객층 대상의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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