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삼성에피스 직원 집에서 ‘회사 서버’ 압수…증거 확보 분수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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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로오직스 로비. [연합뉴스]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로오직스 로비.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자회사 직원의 집을 압수수색해 회사 공용서버를 확보했다. 검찰은 분식회계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서버를 포렌식하고 있다.

직원 집에서 나온 회사 서버…'스모킹건' 되나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지난 3일 오전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팀장급 직원 A씨의 자택에서 회사 공용서버를 압수했다. 수사팀은 A씨가 ‘윗선’의 지시로 회사 서버를 자택에 보관하고 있었던 만큼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자료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럴 경우 해당 서버가 삼바 관련 수사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A씨가 보관하고 있던 서버는 에피스 내부에서 임직원이 함께 사용한 공용서버다. 에피스는 내부 문서를 저장하고 직원들끼리 공유하기 위해 이 서버를 활용했다고 한다. 검찰은 A씨가 지난해 중순쯤 회사 공용서버를 숨겼다고 보고 있다. 당시는 에피스 실장 양모씨와 부장 이모씨가 임직원들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회계 관련 자료에 대한 삭제 작업을 진행하던 때다. 양씨와 이씨는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지난달 29일 구속됐다.

앞서 검찰은 삼바 본사와 에피스 사무실 등을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했으나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에피스에서 자료를 폐기하거나 수정한 정황이 나와 임직원들이 구속되긴 했지만 분식회계 의혹을 밝히기 위해선 원본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관계자는 “서버는 이미 확보했고 이에 대한 분석을 진행중이다”며 “서버 안의 내용과 A씨에게 지시한 ‘윗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때는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보관하고 있던 USB(이동식저장장치)를 확보하면서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정황이 상당 부분 드러난 바 있다.

검찰, 분식회계·증거인멸 혐의 '윗선' 추적 

A씨는 지난 2일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회사 공용서버를 떼어내 집에 숨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A씨를 3일 오전 긴급체포하고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3일 긴급체포된 A씨는 검찰 조사를 추가로 받은 뒤 긴급체포로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인 48시간이 되기 전 풀려났다. 검찰은 A씨가 ‘윗선’의 지시로 서버를 숨긴 실무자에 불과하다고 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A씨가 에피스의 공용서버를 자택에 옮겨놓는 과정에 그룹 차원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수사팀은 A씨의 ‘윗선’을 어느 정도 특정했다고 한다. 앞서 검찰은 에피스의 증거인멸 과정에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후신 격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테스크포스) 임원 백모 상무가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백 상무를 비공개로 소환 조사한 바 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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