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해산 160만…정치권 공방으로 확산된 청와대 국민청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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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소통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캡쳐]

청와대 국민소통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캡쳐]

민의의 반영일까, 정치권 세 대결의 대리전일까. 양대 정당에 대한 해산을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1일 오후 11시를 기준으로 자유한국당정당 해산 청원은 162만 건, 민주당 정당 해산 청원은 26만 건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양 측 모두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건을 넘겼다.

발단은 지난달 22일 등록된 한국당에 대한 해산 요구였다. 초기엔 큰 주목을 받지 않았지만 6일 만인 지난달 28일 한국당에 대한 해산요구가 20만건을 넘기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고 불과 3일 만에 100만건이 더해지면서 종전 최고기록(119만2000건)을 넘겼다.
그러자 29일엔 민주당을 해산해달라는 청원이 등록됐고, 이후엔 사실상 양측의 세 대결 양상으로 접어든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소통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캡쳐]

청와대 국민소통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캡쳐]

이 같은 양상이 과열되면서 양측 지지자뿐 아니라 일부 국회의원 보좌진까지 참여를 독려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1일엔 민주당 A 의원의 보좌관이 정치와 무관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을 독려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해당 단톡방에서는 해당 보좌관에게 “(단톡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항의하며 소란이 일기도 했다고 한다.

또 네이버와 페이스북ㆍ카카오 등의 아이디를 통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1인이 최대 4차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여론 부풀리기’라고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지어 야권 일각에선 지난달 특정 국가의 트래픽이 높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자 청와대에서는 “국민청원 방문자가 급증한 4월 29일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을 지역별로 분류한 결과, 97% 국내에서 이뤄졌다. 이어 미국 0.82%, 일본 0.53%, 베트남 0.17% 순”이라며 반박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보좌관의 자유한국당 해산 국민청원 참여 독려가 담긴 카카오톡 단체방 캡쳐

더불어민주당 보좌관의 자유한국당 해산 국민청원 참여 독려가 담긴 카카오톡 단체방 캡쳐

이런 가운데 국민청원이 당초 취지와 맞지 않게 정치권의 갈등과 대결을 증폭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패스트트랙 정국을 통해 양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결집력이 커지고 있다”며 “이것이 청와대 국민청원이라는 무대에서 터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양 진영이 총궐기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만큼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한국당도 상대 진영의 수치가 높다고 ‘드루킹’ 운운하는 것은 과도한 호들갑”이라고 말했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도 “황교안 체제 후 한국당 지지율이 높아지고 보수층이 결집하는 것을 보면서 진보진영의 견제심리가 작동한 측면이 있다”며 “청와대와 국민 간 소통의 문턱을 낮추고 ‘신문고’ 같은 취지로 만든 제도가 정치적 도구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이 30일 오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이 30일 오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국당은 이날도 국민청원에 대한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연석회의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야만적인 정치가 벌어지는 콜로세움”이라며 “청원 조작 여부도 당연히 의심 가는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청원 결과는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대처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유성운ㆍ이우림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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