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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약값 정책, 환자 부담만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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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먼저 국민의 부담과 불만 증가가 우려된다. 건강보험 등재 리스트에서 제외된 의약품을 처방받으면 환자가 전액 지불해야 한다.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의 축소, 즉 비보험 진료 확대를 의미한다. 의약품 비보험 시장이 형성될 경우 정부가 처방 의약품의 가격과 수량을 통제할 수 없게 되고, 정부가 책임을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

우리의 국가 주도 단일보험체계에서는 건강보험 적용 배제 의약품은 자동적으로 자동차보험.산재보험.의료급여에서도 제외되고, 비급여 시장 외에는 판로를 찾을 수 없게 된다. 많은 중소 제약사가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아직 비용 대비 효과적인 약품을 선별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연구기관이 절대 부족하고 관련 데이터도 구축돼 있지 않다. 신약의 보험등재 여부가 불확실해져 신약 개발 의욕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의사.약사들의 의약품 선택 폭이 줄고 임상연구 기회가 축소돼 의약 발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독일은 전문 의약품 수가 4만 개로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그런데도 1995년과 2003년 두 차례 포지티브 제도를 도입하려다 만성질환자의 부담 증가, 재정절감 효과 불확실, 중소 제약사에 대한 경영압박 등의 이유로 포기했다. 선진국들은 제약산업을 국가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장려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의 타율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약업계의 발목을 잡으면 우리 제약산업의 미래는 어둡기만 할 것이다.

김정수 한국제약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