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아들·배우 속한 '클럽VIP' 단톡방에도 제2의 정준영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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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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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재력가 아들‧강남 유명클럽 MD 등 '클럽 VIP'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여성들과의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재수사에 나섰다. 피해 여성이 최소 수십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CBS 노컷뉴스는 29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단톡방 멤버 14명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2014~2015년 여성들의 신체나 성관계를 몰래 촬영하거나 불법촬영물을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관할서인 강남경찰서로 수사지휘가 내려왔지만 사안의 복잡성·중대성을 감안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지난 8일 사건을 이첩받았다. 경찰은 지난해 강남경찰서에서 진행했던 1차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재수사는 단톡방 멤버 중 한 명인 사진 스튜디오 운영자 30대 남성 김모씨의 전 여자친구 A씨 측이 지난 2일 검찰에 고발장을 내면서 시작됐다. 김씨와 불법촬영물을 공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단톡방 멤버 14명이 고발장에 적시됐다.

고발장에서 김씨와 불법촬영된 성관계 영상을 공유한 것으로 지목된 단톡방은 두 개다. 한 대화방엔 배우 신모씨와 한모씨, 모델 정씨 등 연예인 4명이 속해 있다. 또 다른 대화방엔 아레나 MD 김모씨, 버닝썬 사장 송모씨, 대기업 계열사 전 사장 아들 김모씨 등이 포함됐다고 노컷뉴스는 전했다.

이들은 클럽 VIP 멤버들로 강남 클럽들을 들나들며 하룻밤 사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피의자들의 지인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이들이 여성들과의 성관계를 불법촬영한 뒤 단톡방에 공유했는지 여부 등을 물었다.

이 사건 최초 수사 역시 A씨가 지난해 7월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우연히 김씨의 외장하드에서 불법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성관계 영상과 사진들을 목격하고 수사를 요구했다. 김씨가 지인들과 단톡방을 통해 불법촬영물을 돌려본 사실 또한 고소장에 적시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 받은 강남경찰서는 피해여성이 수십명으로 추정되는 데도 김씨를 구속하지도 않고 외장하드 등 핵심 증거물을 확보하지 않은 채 8개월만에 사건을 매듭지었다. 경찰의 부실 수사를 우려하던 A씨는 '버닝썬 사건'이 터진 이후 다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최초 수사를 맡았던 강남경찰서는 최근 당시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 2명을 '수사 미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인근 파출소로 전보조치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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