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설익은 정책”…여당에서 공격하는 ‘文의 브랜드’

중앙일보

입력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다”며 11일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다시금 검찰개혁 법안에 고삐를 죄려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검사 출신인 그는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며 “만일 설치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개혁과는 반대방향으로 갈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반대 이유 3가지를 들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첫째는 공수처 설치가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수처는 본질상 사정 기구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권력기관인 사정 기구를 또 하나 만드는 데 반대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수처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도 없습니다.”
“세 번째는 공수처가 일단 설치되면 악용될 위험성이 매우 큽니다. 문재인 정부가 악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제도는 선의를 기대하고 설계해서는 안 됩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을 언급하면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금 의원은 “최소한 깊이 있는 토론을 벌여야 하는데 지금은 마치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면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것처럼 치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 말미에는 “설익고 검증되지 않은 정책에 매달리다가 검찰개혁의 적기를 이렇게 놓친다고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는 심경도 밝혔다.

민주당이 공수처 설치에 대한 입법 노력에 한층 박차를 가하는 시점에 해당 법안을 다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공수처 설치 법안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기로 한 개혁 법안 중 하나다. 현재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그 세부 내용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줘야 한다는 견해를, 바른미래당은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각각 고수하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에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당 회의에서 공수처의 수사ㆍ기소권 분리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개 발언을 했다. 민주당 소속 이상민 사법개혁특위 위원장과 이석현 의원 등도 “공수처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면 본래 취지가 후퇴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권 내부에서도 “기소권을 빼고라도 공수처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마찰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6일 공개된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공수처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바른미래당의 안을) 다 수용해주든지 아니면 공수처를 (패스트트랙에서) 빼버리고 공수처법을 21대 총선 이슈로 만드는 것이 훨씬 이익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기소권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수사권만 갖는 공수처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