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성장률 2.6% 유지…알고보니 추경효과 미리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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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3.7%에서 3.3%로 내렸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6%를 유지했다.

세계 성장률은 3.7→3.3%로 하향 #기재부 “경기 보강 정책의지 본 듯” #세계 관세율 1%P 인상 때 타격 #한국이 조사 대상 9개국 중 1위

IMF는 9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중국의 경기둔화, 무역 긴장의 지속, 유로존의 성장동력 약화 및 신흥시장 취약성 등을 반영해 이같이 예상했다고 밝혔다. IMF의 전망은 지난해 7월 3.9%, 10월 3.7%, 올해 1월 3.5%(전망 수정치), 이달 3.3%로 계속 내리막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IMF는 선진국의 전망치는 지난해 10월 2.1%에서 1.8%로, 신흥개도국은 같은 기간 4.7%에서 4.4%로 모두 내렸다. 세계 경제성장률을 깎아 먹은 곳은 유로존이었다. 0.6%포인트나 내린 1.3%였다. 독일 등 주요국의 성장 둔화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불확실성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IMF는 ▶무역 긴장 ▶이탈리아 재정위기와 예상보다 빠른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언급하며 “‘하방으로 기울어진 리스크’를 감안할 경우 추가적인 전망 하향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IMF는 또 “세계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둔화했으며, 올해 하반기 이후 회복이 예상된다”며 “2020년 이후 성장률 회복을 위해서는 신흥국의 거시경제 안정적 운용과 선진국의 완화적 재정ㆍ통화정책, 그리고 국제공조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3%로 낮추는 등 암울한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기둔화(synchronised slowdown)’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 관련 지표를 취합한 지수인 ‘브루킹스-FT 타이거’는 지난해 말부터 크게 후퇴했으며, 201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긴장과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며 “세계적 불황으로 치닫지는 않지만, 세계 경제의 모든 부분이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이달 초 미국상공회의소 연설에서 “불과 2년 전 전 세계 경제의 75% 성장세를 보였지만 올해에는 세계 경제의 70%가 둔화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전망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런 위기에서 한발 비껴가는 모습이다. IMF는 중국은 6.3%, 일본은 1%로 지난해 10월보다 각각 0.1%씩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다. 한국은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내년도 전망치는 한국 2.8%, 중국 6.1%, 일본 0.5%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달 IMF 연례협의단이 방한해 국내총생산(GDP) 0.5% 규모의 추경을 조언했다”며 “추경 편성 등 국내 경기 보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반영해 기존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한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6조원+α'로 예상되는 추경 효과를 선반영했다는 의미다.

다만 IMF는 ‘분석 챕터’를 통해 글로벌 관세율이 1%포인트 인상될 때 한국 경제에 추가로 가해지는 타격의 규모는 GDP의 0.65%에 달해 조사대상 9개국 중 가장 컸다고 전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외풍에 약한 소규모 개방경제라 국제 경제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신남방정책 같은 수출시장 다변화와 함께 규제 개혁과 서비스업 활성화 같은 경제구조 혁신이 이뤄져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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