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특공대 성과급 분배 “위에서 시켰다” vs “몰랐다” 책임공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특공대가 대테러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

경찰특공대가 대테러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

부산지방청 경찰특공대 성과급 재분배를 두고 특공대원과 특공대장 간의 책임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대원은 대장의 승인 아래 관행적으로 성과급 재분배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장은 대원이 자발적으로 성과급을 재분배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원 “관행이어서 따를수밖에 없었다” #대장 “몰랐다…자기들이 알아서 재분배” #부산경찰청 “과거 특공대원까지 확대 조사”

부산 경찰특공대는 순경부터 경위까지 다양한 계급의 대원 35명과 경감 계급의 대장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부산경찰청은 특공대가 성과급 재분배를 했다는 투서를 받고 지난달 21일부터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8일 부산 경찰특공대 A 대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특공대 성과급 재분배는 십수 년간 이어져 온 관행이어서 따를 수밖에 없다”며 “특공대원으로 10년 가까이 근무한 특공대장이 성과급 재분배를 몰랐을 리 없다. 알면서 묵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중앙일보 기사<“5년 치 성과급 뱉어내라고?”…성과급 나눠 먹기 의혹 부산 경찰특공대 ‘술렁’>처럼 성과급 재분배를 한 것은 맞지만, 특공대원의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는 게 A 대원의 주장이다.

그는 “특공대에 들어와 보니 성과급 재분배는 당연한 일이었다”며 “성과급이 계급별로 차등지급되기 때문에 계급이 같은 대원끼리 성과급을 모아서 1/N 했다”고 말했다. 부산 경찰특공대원 35명 전원이 성과급 재분배를 했다고 한다.

특공대장은 이런 관행을 끊기 위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A 대원은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성과급 지급 후 3일 뒤 성과급 재분배 금지 규정이 담긴 공문이 내려왔지만, 대장은 이런 내용을 대원에게 고지 하지 않았다”며 “관행을 뿌리 뽑으려면 잡음이 나오기 마련이니 특공대장이 알면서도 수수방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특공대장은 성과급 재분배 금지 내용을 6명의 팀장(경위급)에게 구두로 언급했을 뿐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특공대장은 대원의 성과급 재분배 사실을 몰랐다고 반박했다. 특공대장은 “계급이 같은 대원들끼리 알아서 성과급 재분배하는 것을 대장이 어떻게 알 수 있겠냐”며 “오히려 팀장들에게 성과급을 재분배하지 말라고 지시까지 했다”고 해명했다. 특공대장이 과거 대원으로 근무할 때 성과급 재분배 관행이 없었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부산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 감찰계는 현재 특공대원뿐 아니라 과거 근무한 경력이 있는 특공대원으로 확대해 성과급 재분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감찰계 관계자는 “특공대의 성과급 재분배는 관행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과거 특공대원으로 확대해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언제부터, 누가 동참했는지 확인해야 하므로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청 차원에서 전국 8개 특공대를 대상으로 성과급 재분배 여부를 조사할 조짐도 보인다.

인사혁신처 예규에 명시된 성과상여금 부당수령 관련 규정에 따르면 재분배한 성과급은 최대 5년 치까지 환수할 수 있다. 또 앞으로 1년간 성과급 지급이 중단된다. 특공대원 1인당 평균 3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1500만원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특공대에 성과급 제도를 도입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협업이 중요한 특공대 특성상 개인별 성과를 수치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런 이유로 특공대는 성과급 재분배가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특공대와 같은 특수 부서에 성과급을 차등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부산경찰청 감찰계 관계자는 “성과급 재분배는 법으로 금지한 사항인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환수할 수밖에 없다”며 “특정 부서에는 성과급을 개인별로 지급하지 않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