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입북설」진상파악 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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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경원 의원 밀입북이 정치권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야당의원의 추가 입북설이라는 잠재적인 폭발성 이슈로 여야가 사태의 추이를 예민하게 주시하는 상태다.
정부·민정당은 문익환 목사 입북 때의 강경 조치가 거둔 약효를 의식해 이 기회에 정치권의 좌경 척결이란 목표를 갖고 계속 밀어불일 작정이고 평민당도 대책위를 마련해 일면 수습에, 나서는 한편 반공할 전기를 찾고 있어 정국 밑바닥엔 팽괭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평민당은 서경원 의원 쇼크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29일 이미 당 방침으로 확정한 제명거능ㄹ 리하기 위해 당기위·당무지도회의·의총을 잇달아 여는 한편 소속 의원 중 2∼3명이 추가 입북했다는 설의 진상을 파악키 위해 정부 조사에 앞서 「의원 방북설 대책위」 를 구성하는 등 신속한 움직임읕 보이고 있다.
서 의원 입북에 이어 평민당 의원 추가 입북설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김대중 총재는 28일 저녁 문동환 수석 부총재를 비롯한 부총재단, 박종태·홍영기 고문, 김원기 원내 총무, 김봉호 정책위 의장, 한광옥 비서실장 등 핵심 당직자들을 긴급 소집, 추가 입북 가능성 여부를 전반적으로 검토한 뒤 우선 대책위를 구성, 이 기구에서이 문제를 전담토록 했다.
평민당은 추가 입북설의 진원지가 정부쪽으로 알려지자 공안 당국 등 요로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핵심당직자들이 오후 내내 부산하게 움직였다.
특히 「혹시나」하고 의심이 갈 수 있는 재야 출신 의원들을 당직자들이 일일이 접촉하여 확인작업을 벌였으며 그 결과 당자체로서는 『더이상 없다』는 확신을 얻어 우선 안도.
정상용 대변인은 이날 저녁 회의를 마친 『오늘 회의는 착찹한 심정과 감감한 마음으로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분위기를 설명하고 『평민당 의원의 추가 입북설이 홀러 나온 뒤 당 차원에서 다각적인 방법으로 사실여부를 점검해 봤으나 현재까지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발표.
정 대변인은 『정부쪽에서 이런 말을 흘렸다고 보는데 관계 당국은 근거가 있다면 이를 밝혀 국민 의혹을 풀고 우리 당에도 사실을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촉구. 김 총무도『당이 수사기관은 아니어서 책임 있게 알아볼 수는 없으나 지금까지 탐문 결과 추가 입북실은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 같다』 면서 『추가 입북설은 당국쪽과 청와대쪽에서 나온것 같은데 정부측과 접촉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언명.
총재측근들은 일단 추가 입북 의원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자 추가 입북설울 반박하는 성명을 내야한다고 건의했으나 김 총재가 『보도 경위와 진위 여부를 충분히 검토한뒤 당이 공식 대응하는게 좋겠다』고 결심해 대책위 구성으로 결론.
특히 김 총재는 『오늘 아침 대국민 사과 성명까지 낸 마당에 국민 앞에 일단 겸손한 것이 당으로서의 도리』라며 섣부른 반박으로 오히려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평민당은 29일 서 의원 제명에 대한 공식 절차를 밟는 것으로 문제를 마무리 짓고 당무를 정상 가동하여 5공 청산 등 미뤄놓은 정치 현안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결정.
특히 정부쪽에서 서 의원 사건으로 김 총재를 소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 사건을 빌미로 남아 야당을 탄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하고 절대불응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정 대변인은 회의 후 『우리 당은 서 의원 문제에 대해 오늘로서 취할 수 있는 조치와 원칙적인 입장을 모두 정리했다』며 당으로서는 사건을 매듭지었음을 밝히고 『앞으로 5공청산 등 산적한 국사 논의를 위해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기본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 사건으로 그 동안 잠재해 있던 당내 보수파와 재야 입당파인 평민연간의 노골적·갈등이 표면화될 기미를 보여 주목.·
보수성향의 당료파들은 서 의원의 제명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반해 평민연의 이해찬 의원 등은 『탈당계를 낸 서 의원을 제명하는 것은 서 의원을 두번 죽이는 일』 이라고 반발했다.
총선 이후 그리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던 재야입당파인 평민연과 당료파간에 드러내놓고 언쟁을 벌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문 목사 사건 이후 평민연은 문 목사 입북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걱하는 당의 태도 표명에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해왔었다.
특히 당시 일부 보수파 의원들이 별도 모임을 갖고 평민연을 성토한 것이 당 지도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오자 평민연의 불만은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당료파들의 저항도 거세졌다.
평민연이 28일 서 의원을 제명한 당무 지도 합동 회의에 이어 곧바로 회의를 갖고 서 의원을 평민연에서 조차 제명시켰지만 일부 젊은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평민연측의 반발보다는 그동안 상대적 지분이 낮았던 당료파들의 저항이다.
서 의원이 평민연 소속이었고 서 의원이 엄청난 해당 행위를 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그 동안의 누적된 감정이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전당 대회를 앞두고 당직을 노린 당료파 내부의 경쟁 심리도 당내 분열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사태가 어디까지 발전될지 주목된다. <이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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