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전셋값·월급, 서울은 '기초수급자', 경기도는 '해당 X'

중앙일보

입력

같은 조건, 다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기준 왜?

A씨(46)는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5400만 원짜리 전셋집에서 아픈 노모, 어린 자녀 2명 등과 살고 있다. 월수입은 A씨가 막노동 등을 통해 버는 120만원이 전부다. A씨의 사정을 알게 된 인천시는 그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했다. 이후 A씨는 4인 가구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선정기준인 138만원에서 월 소득 120만원을 뺀 18만원의 기초생활 생계급여는 물론 의료급여 지원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수원시에 사는 B씨(50)도 5400만원의 전셋집에서 아픈 아내 등 4인 가족이 생활한다. 매달 수입도 120만원으로 A씨와 같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되지 못했다. 현행 '국민 기초 복지대상자 선정기준'이 애매해서다. 사는 지역이 어디로 분류되는지에 따라 각각 다른 주거비용 공제기준이 적용되는데 '대도시'로 분류되는 6대 광역도시와 달리 경기도는 시·군별로 중소도시와 농어촌으로 나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공제기준을 적용받는다.

경기도가 정부 등에 '국민 기초 복지대상자 선정기준'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실과 동떨어진 복지대상자 선정기준으로 경기도민이 피해를 보고 있어서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현행 복지대상자 선정기준은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어촌 등 3단계로 분류된 '지역별 주거유지 비용 공제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따라 특별시·광역시 등이 해당하는 '대도시'엔 5400만원의 주거비용 공제기준이 적용된다. 도 단위의 시 지역인 '중소도시'는 3400만원, 군 지역인 '농어촌'엔 2900만원이 적용된다.

대도시, 시·군 따라 달라지는 공제 기준이 문제

이렇다 보니 같은 수도권이라고 해도 서울·인천과 경기도의 복지 대상자 선정 기준이 달라진다.
전세 5400만원인 주택에 월 소득이 120만원인 4인 가구라는 동일한 조건을 가져도 '대도시'인 서울·인천 주민은 5400만원의 공제기준이 적용돼 재산 소득환산액이 '0'으로 잡혀 기초 복지 대상자가 된다.

하지만 경기도는 '시'에 사느냐, '군'에 사느냐에 따라 3400만원, 2900만원이 적용된다. 결국 2000만~2500만원의 재산 소득이 있는 것으로 책정돼 복지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이 경기도는 다른 지역보다 주거 비용도 많이 든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당 경기도 평균 전셋값은 255만8000원으로, 부산·대구·대전·울산·인천 등 6대 광역시의 196만1000원보다 59만7000원(23.4%) 높았다.

경기도는 이런 불합리한 복지대상자 선정기준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혜택에서 제외되는 도민이 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전체 530만6214가구(1307만7153명)의 2.3%에 해당하는 19만8531가구(28만1505명)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혜택을 받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같은 '군' 주민이라고 해도 인천시 강화군과 옹진군은 '대도시'로 분류돼 5400만원의 공제기준이 적용되지만, 경기도는 '농어촌'으로 분리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혜택을 받기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청 전경. [사진 경기도]

경기도청 전경. [사진 경기도]

경기도 "복지대상자 선정 기준 개선해야" 

이에 경기도는 정부와 국회 등에 '복지대상자 선정기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등 3단계로 분류된 지역별 주거유지 비용 공제기준을 4단계로 확대하거나 경기도를 '대도시'에 편입하는 방안 등이다.

유영철 경기도 보건복지국장은 "불합리한 기준 때문에 복지혜택에서 제외되는 도민들이 없도록 정부와 국회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지속해서 건의하고 있다"며 "경기도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