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그래도 노후자금이 부족하다고? 플랜B를 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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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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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 타개를 위한 계획이 먹혀들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보통 ‘플랜 B’를 설계해둔다. 플랜B는 숨겨놓은 또 다른 시나리오, 비상수단이다. 역사상 위기를 극복한 많은 실제 사례는 플랜B가 존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은퇴설계에도 플랜B가 필요하다. 플랜A로 노후자금을 만드는 일이 꼭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플랜B의 핵심은 이미 세운 노후 계획을 축소해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무엇인지 지혜를 짜내는 일이다. 저축한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삶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이를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면 노후는 결코 고달프지 않다.

은퇴설계 플랜B는 노후 부족 자금을 계산해보고 이를 메우기 위한 월별 저축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울러 지출 예산에서 감축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본다.차 두대를 한대로 줄인다든지, 아니면 사는 집 크기를 줄이거나 외식을 절제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감축한 돈이 바로 노후를 위한 저축 재원이 된다. 이러한 희생이 은퇴 후 어떤 보상을 가져다줄지 생각해 보면 그런대로 참을만 하다. 낮춰진 생활수준에 익숙해지면 은퇴 후 돈 소비에 여유를 갖게 된다.

아무리 마른 수건을 쥐어 짜듯 해도 노후 부족 자금을 메우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때는 노후생활의 기대수준을 확 낮추고 꼭 필요한 것만 지출하는 방향으로 다시 그림을 그리는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은퇴 재설계다. 여기엔 개인적인 행복을 지키기 위한 최소의 조건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노후의 삶에 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것은 현재의 소비습관에 변화를 줄 자극제가 될 것이다. 플랜B는 뼈를 깎는 지출 감축의 고통에 대한 마음 가짐을 단단히 하고 최악의 은퇴 상황만은 피하자는 것이 취지다. 가까이 지내는 지인의 이야기다. 그는 은퇴하기 전까지 충분한 노후자금을 모으지 못했다. 거기다 은퇴 시점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보유 자산의 가치가 곤두박질쳤다. 은퇴생활 13년 째인 그는 부인을 잃었지만 생활수준이 비슷한 은퇴자들과 어울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는 쉴 수 있는 작은 공간과 넉넉한 음식, 그리고 읽을 책만 있으면 부러울 게 없는 생활이라고 말한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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