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모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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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프랑스 작가「장·주네」의 소설『도둑 일기』는 그의 자서전이나 마찬가지다. 사생아로 태어난「주네」는 불우 시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어느 농가에 맡겨진다.
성격이 비뚤어질 대로 비뚤어진 그는 10세 때 도둑질을 하다 소년원에 들어간다. 얼마 후 그 곳을 탈출한「주네」는 거지, 도둑질, 남연 노릇을 하면서 악의 소굴 깊숙한 곳으로 빠져든다. 교도소를 자기집 드나들듯 한 것은 물론이다.
사회의 지탄과 모멸을 받으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오고간 그의 눈에는 선은 악이고, 악은 선으로 비친다.
「주네」는 이 같은「전도의 미학」으로 강도, 뚜쟁이, 윤락가, 교도소 등 범죄자의 세계를 장려하게 펼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 속에는 궁극적으로 자기 구제의 정신이 있었다.
그래서 「사르트프」같은 작가도「주네」는 자기를 추방한 사회에 대하여 언어적 승리를 거두고 있다고 격찬한 일이 있다.『장자』의 「현개」(현협) 편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도태(도척)의 무리들이 도척에게 『도둑에게도 도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도척이 대답했다.『어느 곳엔들 도가 없을 수 있겠느냐. 대개 사람의 집에 간직해 있는 물건을 미루어 알아 맞히는 것은 성이요, 먼저 들어가는 것은 용이요, 뒤에 나오는 의요, 되고 안될 것을 아는 것은 지요, 고르게 나누는 것은 인이다.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못하고서 큰 도둑이 된다는 것은 천하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대답을 보면 착한 사람도 이 성인의 도(성·용·의·지·인) 를 얻지 못하면 세상에 설 수 없듯이 도둑도 이 성인의 도를 지키지 못하면 도둑질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도둑질에도 일정한 모럴이 있어야한다는 얘기다. 그 모럴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자기 구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에는 공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직책을 팔아 사리를 추구하는가 하면, 어린 소녀들을 폭행하고 남의 집에 들어가 금품을 털면서 액수가 적다고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파렴치한들이 너무나 횡행하고 있다.
이러다간 우리사회가 점점 구제할 길 없는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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