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건축가들 "잃어버린 공동체, 학교를 부활시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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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건축가협회(회장 변용)가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연 '커뮤니티 스쿨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학교를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자는 문제 제기였다.

국내외 건축가들이 한목소리로 '학교를 살리자'고 나선 뒤에는 저출산과 고령화, 육아 문제와 공동체 붕괴 등 인류가 직면한 현실의 난제가 있다. 학교가 단순히 아이들이 몇 년씩 정해진 단계를 밟아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떠나는 건물로만 머물 수 없다는 목소리다.

'커뮤니티 스쿨'은 한마디로 '학교 복합화 시설'이다. 쉽게 말하면 학교 시설과 문화를 지역 사회 모두가 함께 나눠 쓰고 관리하는 일이다.

1단계는 물리적 결합이라 할 수 있는 시설 공유다. 학교가 내놓은 부지에 체육관과 수영장, 문화관 등을 지어 학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쓴다. 2단계는 학교 운영 전반에 주민이 참여하는 화학적 결합이다. 애들을 학교에 가둬놓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학교를 구심점으로 학습 장소로 변화하는 것이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가면 평생교육이니 사회안전망은 저절로 이뤄진다.

핵심은 학교와 지역 사회가 나누는 공동 의식이다. 류호섭 동의대 건축학과 교수는 "커뮤니티 스쿨을 그저 '학교 시설을 주민이 나눠 쓰는 정도'로만 이해해서는 발전이 없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공동체 의식을 되살릴 장소로 학교의 부활을 꿈꾸는 건축가에게 힘을 실어주자.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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