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무예 수련생 사망사건…유튜브 홍보영상서 범인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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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뉴스1]

폭행. [뉴스1]

전통 무예를 가르친다며 수련생을 폭행해 숨지게 한 무예도장 관장이 덜미를 잡혔다.

50대 무예도장 관장 특수폭행치사 혐의 구속 #부검에서 상습폭행 정황…홍보영상 원본서도 확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특수폭행치사 혐의로 A씨(50)를 구속해 이달 중순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수련생인 B씨(32·여)를 목검 등으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발생은 지난해 9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서울 종로구에 있는 C무예도장에서는 수련생 B씨가 쓰러져 숨을 쉬지 않는다는 119 신고가 들어왔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B씨는 결국 숨졌다.

도장 안에는 폐쇄회로TV(CCTV)가 없었다. 그런데 경찰이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경찰이 관장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이유 

소방당국을 통해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B씨의 몸 곳곳에서 짙은 멍 자국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수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국과수는 ‘지속적으로 가해진 신체 손상과 함께 사망 당일 강한 외부 충격으로 사망했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B씨가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했으며 폭행이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이 무예도장에서 B씨가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A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던 중 경찰은 A씨가 B씨를 폭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폭행 증거가 담긴 동영상을 확보하게 되면서다. C무예도장은 무예 수련 과정을 짧은 홍보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게재해왔다. 경찰은 편집되지 않은 원본 영상에서 상습 폭행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A씨의 폭행 흔적은 B씨가 생전 썼던 노트에도 남아 있었다. B씨의 노트에는 “가르침을 잘 따르지 못한다고 매를 맞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영상과 국과수 소견 등을 종합해 A씨가 B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이달 초 그를 구속했다.

A씨는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A씨는 자신이 B씨를 폭행하는 영상에 대해선 “때린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서울대를 졸업한 B씨는 숨지기 약 2년 전부터 C무예도장의 수련생이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 매체에 “평소 B씨가 A씨에게 정신적으로 종속돼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B씨가 숨진 이후 대책회의를 열어 수련생들과 말맞추기를 시도하고 증거가 될만한 물건들을 치운 혐의(증거은닉)로 강사 D씨(50·여)를 구속해 기소의견을 달아 송치했다. 증거인멸에 가담한 또 다른 강사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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