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소년』새 문화 단면 실감나게 포착|『갯마을』각 장의 마무리 천편일률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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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화창한 날들이 거듭되다가도 비오거나 바람이 심한 날들을 맞게 된다. 지구를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도록 하는 대기의 변화다.
사람들이 내부에 둬놓고 움직이는 기류, 그것은 마음의 변화다. 사람들은 그 변화를 가지고 누구 아닌 자신의 낮과 밤을 만들게 된다. 또한 사회 전반이 그러한 큰 기류로 흐르면서 전체적인 낮·밤의 의미를 만들고 나아가서는 시대와 시대를 교차시킨다.
시조 역사 수 백년도 그러한 기류로 호흡된 낮·밤의 의미라 할 수 있다. 희·노·애·락의 의미들인 것이다.
문제는 인식이다. 어떤 느낌을 어떻게 나타내느냐가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특질대로 노래하는 일이다.
『배달 소년』.--현실 의식에서 나온 목소리다. 옛 시조에서는 호흡될 수 없었던 목소리이고, 새로운 인쇄문화 시대의 단면을 실감나게 포착한, 그러한 현실의식의 소산이나. 그렇지만 이 시조는 한 수쯤 더 만들어 내용이 있는 연형시조가 되어야 하겠다.
『돌의 초상』--2수로 보낸 연형시조를 잘라 앞뒤만 독립시켜서 낸다.
앞수와 뒷수가 서로 고리 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일 강물과 씨름하며/불협화음만 재생한다」(원작)와 「종일 강물과/씨름하는 불협화음」을 비교해 보기 바란다.
『베란다에서』--시조를 이제 막 시작한 솜씨였다. 느낌한 일이 괜찮은 듯 싶어 손질했다. 종장에 관한 체득이 있어야 하겠다. 고친 부분을 살펴보도록.
『갯마을』--시적인 감수성은 어지간해졌다 싶지만 각 장의 마무리가 너무 일률적이다. 3장 중 어느 한 부분에 변화를 가해야 한다. 그러한 변화 때문에 읽을 맛이 나는 법이다.

<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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