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민주화 아직"머나먼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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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폴란드 및 헝가리의 공산정권을 뒤흔들고 있는 정치척 격변은「고르바츠프」소련 공상당 서기장으로 하여금 변화를 얼마나 감내하고, 한계를 넘어설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까 하는 달갑지 않은 생각들을 되새기게 만들고 있다. 개념적이지만「고르바초프 독트린」을 만드는 일이다.
폴란드와 헝가리의 당 지도부는 서방측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고르바초프」의 격려 속에 변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공산주의 지배와 자신들의 지위를 지킬 수 있기를 바라며 통제를 완화, 고비를 넘어가고 있지만 동구를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국내 문제에 매달려 이들이 스스로 생존을 위해 제반조치를 취하는 대로 맡기는 정도의 한계에 머물러 있다.
「고르바초프」와 비공식 회담을 가졌던 서방정치인들이「고르바초프」에게 동구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은 무엇이냐고 설명을 요구하자 두 가지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 두 가지는 바르샤바 조약 철회와 사회주의 포기였다.
『사회주의가 포기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불길하게도 서방국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또 하나의「브레즈네프 독트린」에 가깝다.
브레즈네프 독트린은 지난 68년「두브체크」정권의 종말을 가져온 소련 탱크의 프라하 진군에 대해 이론적 정당화를 모색한 것이었다.
「고르바초프」는 결코「브레즈네프」가 보인 것과 같은 반응을 보이기를 피하려할 것이다. 따라서「고르바초프」는 헝가리와 폴란드가「프라하의 봄」이 가졌던 음울한 한계를 훨씬 넘어갔어도 무력사용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고르바초프」는 런던과 모스크바에서 가졌던「대처」영국 수상과 다른 서방 정치인들과의 회담에서 지난해 12월7일의 유엔연설이 브레즈네프 독트린에 대한 해명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군사력과 군사력 위협은 그 어느 것도 외교정책수행의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모든 국가는 선택의 자유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고르바초프」의 정책은 과거 냉전으로의 복귀를 촉발했던 소련의 유혈개입이 재현될 경우 좌절될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동구 위성국들은 이점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로스」헝가리 공산당 서기장은 역사적 유사성을 빌어 이점을 지적했다.
「그로스」는 무엇보다도 먼저「흐르시초프」가 소련군의 지난56년 헝가리 소요 진압으로 소련내 위치가 약화됐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가 팔짱을 끼고 방관하고 있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동구변혁의 촉매가 되고 있다.
동구 사람들은「고르바초프」시대에는 소련의 적군이 더 이상 동구국가들의 사회·정치적 변혁에 즉각적인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그의 독트린을 형성하는데 있어 군사적 조치를 최후의 수단으로만 간주할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동구에서의 정치적 조치를 고무함으로써 시간도 벌고 위성국 공산정권의 붕괴를 방아들이거나 침략으로 이를 저지하는 두가지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하는 사태까지 가는 것을 피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부득이할 경우 불개입을 천명한 그의 유엔 연설에서의 수사에 매달려있을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겉으로 나타난 것과는 달리 민주주의가 동구 어느 구석에도 보이지 않고 있다.【워싱턴포 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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