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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는 귓속말…신년사 앞서 친서 선택한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내년 신년사에 앞서 친서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내년 신년사에 앞서 친서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 발표를 이틀 앞두고 왜 친서를 보냈을까.

모두 공개되는 신년사 대신 #은밀히 하고픈 말 담은 친서 선택 #비핵화 의지 강조하면서 #문 대통령 '중재' 요청한듯

한 해의 정책방향과 목표를 제시하는 북한 신년사에는 대남, 대외 분야를 포함한다. '최고위급 회담' 같은 중요한 대남 제의를 해오곤 했다.
올해 급물살을 탔던 한반도 정세도 지난 1월 1일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시작됐다.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파견과 고위급 회담 재개를 제안하면서다.
김 의원장의 내년 신년사는 어느 때보다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비핵화협상 교착 국면이 길어지며 한국 정부도, 미국도 북한 입장의 '가늠자'인 신년사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정은은 신년사 이틀 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신년사 '예고편'을 알렸다.

30일 오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온 친서. [청와대 제공]

30일 오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온 친서. [청와대 제공]

이번 친서에서 주목되는 건 시기와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10일 친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서울로 보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는 내용의 친서를 직접 전달했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31일 "신년사는 외부에 공개되기 때문에 기록이 남지만 친서는 비공개된다"며 "친서를 통해 김정은이 속에 있는 말을 문 대통령에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년사에서는 공식적이고 원칙적인 얘기를 하겠지만 그 이전에 친서를 통해 속내와 연내 답방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설명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 당국자는 "비핵화 협상이 매우 민감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자신의 의중이 정확하게 전달되길 바랐을 것"이라며 "귓속말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년사에 나오는 원론적인 얘기를 두고 해석상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기관 출신의 한 인사도 세밑 친서를 북한의 전략적 노림수로 봤다. 그는 "신년사에 모든 걸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친서를 보낸 것"이라며 "특히 답방 문제를 비롯해 북미 정상회담 등을 북한의 타임테이블대로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는 모습.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온 김여정이 접견 내내 손에 들고 있던 파란색 파일 앞에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국무위원장’이라고 쓰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는 모습.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온 김여정이 접견 내내 손에 들고 있던 파란색 파일 앞에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국무위원장’이라고 쓰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친서는 A4용지 2장이었다. 지난 2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가 A4용지 3분의 2 분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친서 분량은 상당한 편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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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평화 번영과 비핵화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자'는 내용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며 "이 자체가 미국에 발신하는 메시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친서를 통해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단 얘기다. 전 부이사장은 "미국과 협상이 잘 안 풀리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을 통해 자기 의중을 전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했을 때 미국이 경제 제재 완화 같은 상응조치를 내놓을지 계속 의심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해주길 바라는 내용을 친서에 담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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