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있게 살아가는 6명의 미혼 남녀가 와인을 마시면서 ‘2030세대’의 결혼과 사랑,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솔직했고, 유쾌했고, 당당했다. 장소협조: 서울 삼성동 ‘파크 하얏트 서울’
# 1 싱글, 결혼을 말하다
왜 결혼 안 하나
"솔직히 말해서…."경씨가 말문을 열었다."싱글이고 싶어서 싱글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다면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경씨는"저한테 결혼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자존심이에요.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성취를 해왔어요. 그런데 결혼까지 해야 여자로서 퍼펙트(완벽)해진다는 강박관념이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20대 윤영씨는 더 당찼다."결혼과 직장 생활을 함께 할 수 있나요? 아기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는 그럴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결혼은 아예 빼고 생각해요. 내 인생의 우선 순위는 부모, 친구, 성공 순이에요." 언니들도 적잖이 놀란 눈치다. 결혼은 몇 순위쯤 되냐고 되물었다.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답이 돌아왔다."순위에 없는데요.""출산은?""그것도 없어요."
연욱씨도 출산에 대한 생각은 분명했다."모든게 스톱(중단)이죠. 지금 시집가면 바로 애 낳아야 할 텐데, 그러면 내 일과 생활 전부가 스톱이죠."
앞으론 싱글노인 많을 것
연욱씨는"지금은 솔로인 게 좋아요. 하지만 부모님이나 가족이 없는 상황이라면 자신 없는데요.'굵고 짧게'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 아닌가요"하며 웃는다. 윤영씨는 이번에도 연욱씨를 놀라게 한다."내가 늙었을 때는 혼자 사는 노인이 많을 거예요. 그 사람들하고 함께 지내면 되죠. 걱정 안 해요." 민영씨에겐 혼자든 둘이든 관계없이 노후는 고민거리다."안정적인 길을 가야 할지, 지금이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뭔가를 도모해야 할지…."
사랑 믿지만 돈은 있어야
동호회 내 여자들만의 소모임에선 가끔 결혼에 대한 얘기도 한단다. 친구 같은 남편, 서로 존중해주는 사이가 이들이 뽑는 첫 번째 덕목이었다. 그러나 배우자를 고르는 데 구체적인 경제적 기준이 딱 서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집은 있으면 더 좋고, 전세라면 최소 800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변 가족의 경제적 형편이 부부에게 짐이 돼선 안 된다는 단서도 있었다.
남자들도 이왕이면 맞벌이를 원한다. 한성씨는"사람만 있으면 지금이라도 하죠. 남자가 준비해야 할 게 많아 부담스럽지만 전셋집 하나 있으니 나름대로 준비는 됐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기반 잡힐 때까지 한 5년 정도는 여자도 같이 일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최연장자인 영우씨는"친구들로부터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두려운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사랑을 믿습니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송상훈 팀장, 정철근.김정수.김영훈.권근영 사회부문 기자, 염태정.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김은하 탐사기획부문 기자, 조용철 사진부문 부장, 변선구 사진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