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체육회담 연기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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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문익환 목사에 대한 사법처리를 어느 정도 일단락 짓고 재야·운동권이 추진하는 5월1일 메이데이 총 파업설 등 국내의 노사 갈등과 정국혼란이 수습될 때까지 각종 남북대화를 연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18일 열릴 예정인 제3차 남북 체육회담의 연기를 요청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13일『현재 문 목사 구속 등 사법적 조치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어 체육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경우 남북 쌍방의 성토 장이 될 우려가 크다』고 말하고『정부는 근일 중 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회담연기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북한측에 연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북한측이 12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 당국자 회담 제3차 예비 회담을 연기 통고해온 마당에 체육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은 너무 한가로운 일이며 우리가 굳이 필요성과 시선성이 없는 회담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정부는 북한측이 오는 26일로 연기 요청해 온 남북 고위 당국자 회담의 날짜를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는『따라서 현재로는 남북 고위 당국자 회담과 체육회담은 무기 연기된다고 봐야하며 남북 국회회담·경제회담 등도 자동적으로 상당기간 미뤄질 것』이라고 말하고『정부는 문 목사의 범법 사실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마무리되고 또 예상되는 4, 5월의 노사분규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아가며 남북 대화 재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북한 역시 이 단계에서는 대화를 할 생각이 없음이 명백해 남북대화 재개 문제는 빨라야 5월 중순 이후에나 쌍방간에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국내 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북한이 문 목사 입북 등과 같은 대남 교란공작을 지속할 경우 남북 대화는 상당히 오랫동안 냉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문익환씨의 방북사건을 계기로 민간교류 허용의 폭을 대폭 축소시키기로 하고 남북한의 민간인이 제3국에서 만날 때 사전 또는 사후에 재외 공관장 또는 관계 기관장에게 신고만 하면 되도록 했던 방침을 바꿔 정치·경제적 목적으로 접촉할 때에는 모두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문씨의 방북이 일본에서 추진됐고 최근 민족문학 작가회의에서 북한측에 제3국에서 접촉하자는 제의를 하는 등 문제가 드러남에 따라 취해진 것이다.
또 정부는 현재 마련 중인 남북 교류 협력 기본지침에 재무부장관이 남북한간 남북교역에 있어 내국간 거래에 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게 하지만 현저한 불공정 경쟁의 방지를 위해 남북교류 협력 협의회의 의결을 거쳐 특례조치로 조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그러나 외국 영주권 소지자가 북한을 왕래하는 데에는 사전 또는 사후에 재외 공관장에게 신고하도록 했으며 방문기간은 60일을 초과할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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