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KBS 이은 EBS의 일탈, 공영방송 왜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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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수능 교재를 원가보다 다섯 배나 비싼 가격에 팔아 수백억원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군다나 EBS는 이렇게 번 돈을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나눠줬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직원은 교재 판매업자에게 1000만원이 넘는 뇌물을 받기도 했다. 공영방송의 이 같은 일탈 행위에 대해 도덕적 해이니, 모럴 해저드니 하는 말을 갖다 대기조차 남세스럽다.

EBS 수능 강의를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값싸고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해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줄여주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과외 시킬 형편이 안 되는 서민층 학부모들로부터 EBS 강의가 환영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겉으론 이처럼 그럴싸하게 포장해 놓고 속으로는 학생들을 상대로 돈벌이에 급급했다. 게다가 EBS 강의에서 수능이 출제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교재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불공정 거래도 이런 불공정 거래가 없다. 한마디로 수험생을 볼모로 학부모의 돈을 반강제적으로 긁어모아 자기 배를 불린 파렴치한 행위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BS는 이 같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로 돈을 벌어 흥청망청 돈잔치를 벌였다. 2004년까지 5년간 임직원 연평균 인건비 인상률이 16.6%나 됐다. 그 결과 직원 2004년 1인당 평균연봉이 6700만원에 달해 정부투자기관 평균연봉의 1.5배에 달했다. 이것도 모자라 회사 창립기념일에 규정에도 없는 특별격려금 9억8000여만원을 나눠주기도 했다.

EBS 임직원들의 파렴치한 행위도 문제지만 그동안 이를 방치한 정부도 책임이 크다. EBS는 1990년 출범 이래 본격적인 감사를 한번도 받지 않았다. 정부가 전액 출자하고 예산의 30%를 공공재원으로 충당하는 기관이라면 응당 철저한 감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EBS의 사장 등 간부진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는 방송위원회도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사정 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가차없이 단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