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담당 검찰 수사관이 동료 수사관 성추행…법정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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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건을 담당하던 검찰 수사관이 동료 수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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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준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검찰 수사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5일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을 3년간 제한했다.

A씨는 2014년 후배 수사관 B씨와 술을 마시다가 노래방으로 이동한 뒤 B씨가 만취 상태라는 점을 이용해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속해있던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2차 피해 발생 가능성 등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구성된 부서다. 검찰 기소 당시 성폭력을 전담 수사하는 조직 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은 추측이나 추단이 아니라 직접 경험에 근거해 신빙성이 있다"며 "동기인 수사관이 당시 상황에 관해 진술한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고 대체로 피해자 진술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된다는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가해자인 수사관 A씨는 익명의 제보로 4년이 지나서야 조사가 이뤄지고 이 같은 진술이 나왔다고 지적하지만, 당시 신규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젊은 여성으로선 피해 사실을 말하는 자체가 치욕적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피해자는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에도 조직 내 특수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위로나 보상 없이 이를 홀로 감내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용된 지 6개월 된 피해자가 회식에서 무리하게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해 추행을 저질렀다”며 “A씨의 죄질이 나쁘고, 재판에서도 피해자의 진술을 허위라고 비난하면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앞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조직 내 성범죄 피해 사례를 제보받는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서 기소됐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를 계기로 출범한 조사단은 안태근 전 검사장 등 7명을 재판에 넘겼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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