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변호사 2명 사무실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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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검찰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사상 최초로 압수수색했다. 20년째 김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관여 의혹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김앤장을 지난달 12일 압수수색했다고 3일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은 한모 변호사(68·사법연수원 6기)와 곽병훈(49·사법연수원 22기)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사무실이다.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외교부의 가교 역할을 했던 곽 전 비서관 혐의는 지난 9월 소환 당시부터 드러났지만 한 변호사가 수사 대상이란 점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는 두 살 터울로 서울대 법대 동문에 1994년 법원행정처에서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한 변호사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대법관 후보로 자주 물망에 오르던 인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현직 시절인 2012년 한모 변호사 아들 결혼식에도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가 2015년 5월~2016년 10월 최소 세 차례 대법원장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만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만남을 ‘비밀 접촉’이라고 표현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에게 징용소송을 최종 전원합의체에 넘기겠다는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방침을 설명했고, 이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외교부 의견서 제출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변호사는 일본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  소송을 직접 대리하지는 않았지만 김앤장 내에서 송무팀을 이끌고 있었다.

검찰은 그가 강제징용 재판 계획을 김앤장이 공유하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공소장에 따르면 대법원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소속된 김앤장을 통해 정부에 유리한 강제징용 판결에 관한 의견서를 외교부가 빨리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검찰은 김앤장 압수수색과 소속 변호사 소환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이날 법원에 제출한 박병대 전 대법관 구속영장에 넣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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