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국프리즘

"중앙 - 지방정부 갈등 깊어지면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7면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5.31 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풀뿌리 지역일꾼들은 비교적 순조롭게 선출됐지만 향후의 지방자치는 순탄하기보다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이번 지방선거가 본연의 의의와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해 바람직한 결과를 내지 못한 까닭이다.

지방자치 성공의 시작과 끝은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5.31 지방선거 역시 역대 지방선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내지 정당의 대리전으로 일관된 선거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중앙정치권이 자초한 결과다. 지난해 6월 여야 국회의원들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전면 허용함으로써 선거의 주역이 지방에서 중앙으로, 그리고 주민에서 정당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각 정당은 이번 지방선거의 쟁점을 '지방권력 교체론'과 '중앙권력 심판론'으로 부각시켜 지방의 쟁점을 실종시키고 결국 많은 유권자가 지방선거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들 역시 정당 본위의 투표를 함으로써 인물과 공약 중심의 정책선거는 다음 선거로 그 기대를 미뤄야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 임기 중에 실시되는 선거는 모두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애초부터 정권의 신임평가만을 위해 주목적으로 실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지방선거가 왜곡되고 그에 따라 지방자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중간평가를 위한 선거를 따로 하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물론 이번 선거는 실망을 안겨준 현 정권을 준엄하게 심판해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고 그간 쌓였던 국민의 욕구불만이 다소 해소되는 긍정적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향후 주민의 지방자치가 정당의 지방자치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이제 곧 대선 정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매우 우려되는 점이다.

따라서 미흡했던 지방선거 기능을 보완하고 민선 4기의 성공적 출범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준비와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선 승자와 패자, 지지자 모두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특히 승자는 경쟁자의 비판을 수용하고 선거 과정에서 분열된 지역사회를 통합함으로써 지역 대화합을 모색해야 한다.

다음은 여당 지배하의 중앙정부와 야당 지배하의 지방정부 간 갈등과 대립을 최소화하기 위한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지방분권을 더욱 과감하게 추진하고 지방정부는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일당 지배구조하에 집행기관과 지방의회 간 약화될 될 수 있는 견제와 균형의 문제는 주민의 직접참여제도를 활성화하고 지방의회의 권한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

지방자치의 정착은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한다는 신념을 우리 모두가 확고히 할 때다.

육동일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충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