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건조기 한번 팔면 끝? 렌털이 남는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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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G전자는 렌털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가전관리서비스인 ‘케어솔루션’을 내놨다. [사진 LG전자]

LG전자는 렌털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가전관리서비스인 ‘케어솔루션’을 내놨다. [사진 LG전자]

요즘 국내 대표 가전업체들이 렌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예 렌털 사업만 맡는 자회사를 세우는가 하면, 렌털 고객을 위한 새로운 가전관리 서비스를 하는 식이다.

가전업체들 렌털 사업 공들여 #“시장 커지고 캐시카우 역할 톡톡” #소유보다 경험, 1인 가구도 영향 #LG, 관리 초점 ‘케어솔루션’ 시작

LG전자는 렌털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가전관리 서비스인 ‘케어솔루션’을 시작한다고 17일 밝혔다. 이전에도 렌털 제품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는 있었지만, 소모성 부속품을 바꾸는 데 그쳤다. 케어솔루션은 정기적으로 핵심 부품을 교체하고, 제품 성능이 최상으로 유지되도록 관리한다. 예컨대 ‘퓨리케어 정수기’를 렌털하면 필터 교체뿐 아니라 센서를 점검하고 내부 직수관을 매년 무료로 교체한다. ‘트롬 스타일러’는 2년마다 급수통과 배수통을 바꾸고 일정 기간마다 향기 시트를 제공한다. LG전자는 현재 공기청정기·정수기·건조기·전기레인지·스타일러·안마의자 등 6가지 제품을 렌털 판매하고 있다.

쿠쿠전자는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렌털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렌털 사업 부문을 따로 분리해 쿠쿠홈시스라는 별도 법인을 신설했다. 지난달엔 대표 렌털 제품인 정수기·공기청정기 등을 기반으로 한 전문 브랜드인 ‘인스퓨어’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아직 렌털 사업을 직접 진행하지는 않지만, 렌털 전문업체와 잇따라 손잡고 가전 렌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교원웰스를 통해 의류건조기·세탁기를 렌털로 판매하고 있고, 7월부터 현대렌탈케어를 통해 의류건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전업체가 렌털 사업에 관심을 이유는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T경영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털 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원에서 2020년 40조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LG전자의 올 상반기 렌털 관련 매출은 1282억원으로, 2년 전(538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쿠쿠홈시스의 영업이익은 52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다.

렌털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쪽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서다. 가전 시장이 포화에 이르면서 ‘프리미엄 제품’이 늘어나는 것도 이유다. 값이 비싸지면서 가격 부담이 커지자 약정 기간 동안, 일정액씩 나눠 내려는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다. 예컨대 출고가가 360만원인 LG 올레드 TV(55인치)를 사려면 목돈을 쓰거나 할부 이자를 내야 하지만, 렌털하면 월 5만9900원(36개월)씩 든다. 여기에 신용카드 등 제휴 카드 할인 혜택을 활용하면 부담이 더 줄어든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불황이 일상이 되면서 당장 저렴한 비용으로 이런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렌털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난 것도 이유다. 혼자 사는데 수십만원에서 수백만 원인 제품을 목돈을 주고 사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55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8.5%를 차지한다. 2000년(222만 명)의 두 배 규모다.

여기에 공기청정기, 정수기 같이 관리가 중요한 가전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LG전자의 케어솔루션의 경우 제품을 렌털이 아닌 일시불로 산 고객도 이용할 수 있지만, 월 1만 원대의 비용을 별도로 내야 한다. 렌털 제품을 이용하면 서비스 비용이 렌털비에 포함된다.

업체 입장에서 렌털 사업은 당장 큰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매월 안정적으로 꾸준히 수익이 유지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 이미 포화에 이른 가전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사장)은 “단순히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관리에 초점을 맞춰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oi.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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