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한국GM … 노동계와 싸우는 노조 출신 홍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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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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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노동계 사이의 전선(戰線)이 갈수록 확대되는 모양새다. 노동계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노동 정책이 당초 표방한 ‘노동 존중 사회 구현’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면서다.

노동정책 등 놓고 사안마다 충돌 #한국GM 노조, 한때 사무실 점거 #탄력근로제 확대는 민노총 반발 #광주형 일자리, 현대차 노조 거부 #홍 의원 “반대만 하는 것은 무책임”

노동계의 화살은 특히 정부 정책 입법의 책임자 격인 홍 원내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그는 대우자동차 용접 노동자 경력에 노조 사무처장을 지낸 대표적인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면서 동시에 여당의 원내 사령탑이기에 정부·여당의 안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 8일엔 금속노조 한국지엠(GM) 지부 노조원 50여 명이 인천 부평구 갈산동 홍 원내대표 지역 사무실을 기습 점거했다. 이들은 “홍 원내대표가 한국지엠 법인 분리 문제를 결자해지하길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11일까지 점거 농성을 풀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2일에도 홍 원내대표 지역 사무실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여당의 원내대표이자 부평구 국회의원인 홍 의원이 지엠의 법인 분리 사태에 책임있는 역할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부평구에서 표 구걸할 생각 말라”는 원색적인 표현도 동원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법인 분리 결정은 생산 공장을 한국에서 철수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한국지엠이 경영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는 대신 최소 10년간 생산시설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9일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지엠은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로선 자신의 지역구(인천 부평을)에 있는 한국지엠 노조를 마냥 외면하기는 힘든 처지다. 홍 원내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국감 전에도 홍 원내대표와 임한택 지부장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일부러 피하는 게 아닌데 사무실 점거까지 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도 민주노총 소속 현대차 노조가 반기를 들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광주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예산은 당에서 책임지고 최대한 지원하겠으니 광주에서는 합의만 해주면 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 하향 평준화와 노동자의 고용 안정에 심각한 위기를 조장하는 정책”이라며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홍 원내대표는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계도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대화에 응해주길 바란다”며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주체의 모습이 아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두고도 홍 원내대표는 노동계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6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과의 간담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 뒤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논의 자체를 멈추라”며 반발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9일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을 저지하기로 합의했다.

양대 노총이 10일 노동자대회를 개최하며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등을 결의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해식 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노동계의 우려에 공감이 가지만, 노동계도 경기 둔화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나라 경제를 다시금 활력이 돋게 만들 책임 있는 한 축이다. 노동계의 현명하고 성숙한 대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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