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 실태와 외국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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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검찰이 음란·퇴폐사범에 대한 구체적인 단속기준을 마련한 것은 최근 출판·영화· 연극등 각 분야에서 민주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관계 당국의 단속이 뜸해지자 업자들이 앞을 다투어 음란한 내용의 출판물이나 비디오 등을 제작,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음란·퇴폐 사범의 실태와 단속기준을 각국 법원의 판례를 통해 알아본다.
◇실태=출판물의 경우 종전에도 음란소설이나 만화 등이 거래돼 왔지만 최근 들어 노상서점 등에서까지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 주변에까지 파고든 실정.
연극이나 영화중에서도 「에로티시즘」을 표현한 단계를 넘어 노골적인 성행위까지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지검 북부지청에 적발돼 구속된 음란소설 제작자 등 24명은 강간·근친상간 등을 주제로 한 남녀의 성행위 장면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소설과 만화 등을 제작, 노점상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판매해왔었다.
또 그간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이발소·안마시술소 등의 윤락행위가 끊이질 않는데다 최근 들어 남자 접대부를 고용, 가정주부 등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알선해주는「호스트바」까지 등장했다.
◇각국의 단속기준=미국 연방 대법원은 57년 「로스(ROTH)사건」에서『어떤 작품을 음란하다고 하려면 전체적으로 볼 때 그 작품의 주제가 그 시대 그 사회의 보통 사람들에게 색욕적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어야 하고 표현 방법이 노골적이고 천하며 문학·예술·학문 등의 입장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어야 한다』고 음란에 관한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
그러나 음란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했던 이같은 미 연방 대법원의 진보적 입장을 청년 「밀러(MILLER)사건」판결에선 음란단속 폭을 보다 넓게 인정했다.
미 연방 대법원은「밀러 사건」에서『어떤 작품이 음란하지 않다고 평가되려면 문학·예술·학문 등의 입장에서 약간의 가치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당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음란으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확대시켰으며 이같은 입장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일본 최고 재판소는 57년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란 번역 소설에 대해『이 책자에는 12군데에 이르는 성행위 장면 묘사가 있어 그 예술적 특색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대담하고도 사실적이어서 성행위 비 공연성의 원칙에 반하고 가정에서나 일반 집회 등에서 낭독을 꺼릴 정도로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라고 보수적 입장을 견지했다.
우리 나라의 경우 70년 명화 『마야부인』을 성냥갑에 전재한 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은 『침실 위에 비스듬히 위를 보고 누워있는 천연색 여자 나체 사진이 명화집에 실려있는 그림이라도 예술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중에 배포할 목적으로 복사 제조했다면 음란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75년 소설 『반노』사건에서 『그 표현에 있어 과도하게 성욕을 자극시키거나 정상적인 성적 정서를 크게 해칠 정도로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묘사라고 볼 수 없으며 부정적으로 전체적 내용의 흐름이 인간에 내재하는 향락적인 성욕에 반함으로써 결국 그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매듭된 사실이 인정돼 음란성이 없다』고 판결했었다. <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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