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호 맞냐"…단골식당서 혼밥 중 끝난 '8년 잠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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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1시 45분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지검에서 잠적 8년 만에 검거된 최규호 전 전북도교육감이 교도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11시 45분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지검에서 잠적 8년 만에 검거된 최규호 전 전북도교육감이 교도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9년 8월 14일 당시 취임 1년을 맞은 최 전 교육감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09년 8월 14일 당시 취임 1년을 맞은 최 전 교육감 모습. [연합뉴스]

"죄송합니다. 검찰에서 잘 설명하겠습니다."

2010년 "자진출두" 약속 후 9년간 잠적 #인천 연수구 24평 아파트서 1년 이상 살아 #카드·휴대폰 내역 추적…친인척 등 도피 도와 #전주지검, 지난 8월 전담팀 꾸려 신병 확보 #친동생 최규성 농어촌公 사장 연관성도 수사

7일 오전 11시 40분 전주지검 청사 밖으로 나온 최규호(71) 전 전북도교육감은 '8년간 어떻게 지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옅은 녹색 수의를 입고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최 전 교육감은 "오랜 도피 생활로 건강이 안 좋을 것"이란 세간의 예상과 달리 비교적 건강해 보였다. 염색한 머리카락은 까맸고, 목소리도 또랑또랑했다. 표정도 밝았다.

전날 전주지검에 압송돼 간단한 구두 심문을 마친 뒤 오후 11시쯤 전주교도소에 수감된 최 전 교육감은 7일 현재 전주지검 3층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그가 8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때는 오전 조사를 마친 뒤 점심을 먹기 위해 교도소 호송차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7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지검에서 잠적 8년 만에 검거된 최규호 전 전북도교육감이 교도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골프장 확장 사업을 도와주고 거액의 뇌물을 받은 그는 잠적한 지 8년 만에 검찰에 붙잡혔다. 6일 오후 7시 20분쯤 인천광역시 연수구 동춘동 한 식당에서다. 전주지검 수사팀은 식당에서 혼자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던 최 전 교육감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반항은 없었다고 한다. 최 전 교육감은 2010년 9월 11일 검찰에 "내일 아침 자진 출두하겠다"고 한 뒤 이튿날 잠적했다.

검찰은 그해 12월 수배령을 내리고 검거에 나섰지만,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최 전 교육감은 2008년 전북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이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교육청 소유인 자영고 부지를 골프장 측이 매입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오전 11시 전주지검 차장검사실에서 최 전 교육감 검거 관련 브리핑이 있었다. 다음은 김관정 차장검사와의 일문일답.

-검거 경위는.

"6일 오후 7시 20분쯤 인천광역시 연수구 동춘동 모 식당 안에서 체포했다. 식당은 단골집이었다. 수사팀이 식당 앞에서 잠복했다 붙잡았다. (최 전 교육감은) 식당 안에서 혼자 식사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8년간 도피 경위는.

"여러 군데서 조력을 받았다. 도피에 제일 중요한 건 돈이고 거처인데, 어느 정도 확인했다. 거처는 아파트(24평)였다.(※아파트가 있는 동춘동은 송도 옆 신시가지다.) (도피를 도운) 이들이 어떻게 (돈과 거처를) 제공했는지는 이제부터 수사해야 한다. 수사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면 도피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어서 밝히기 어렵다."

-체포 당시 최 전 교육감은 뭐라고 했나.

"(전주지검) 수사팀이 '최규호씨 맞냐'고 물으니 "맞다"며 체포에 순순히 응했다."

김관정 전주지검 차장검사가 7일 오전 11시 집무실에서 전날 수뢰 혐의로 잠적 8년 만에 붙잡힌 최규호(71) 전 전북도교육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전민일보]

김관정 전주지검 차장검사가 7일 오전 11시 집무실에서 전날 수뢰 혐의로 잠적 8년 만에 붙잡힌 최규호(71) 전 전북도교육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전민일보]

-그간 어떻게 지냈나. 친동생인 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도움도 있었나.

"(잠적한) 8년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지 않았겠나. (최 사장과는) '관련성이 있다, 없다' 확인을 더 해봐야 한다."

-인천에는 얼마나 머물렀나.
"인천에서 상당 기간 거주했다. 최소 1년 이상이다. 8년간 어디에 있었는지는 수사해 봐야 한다."

-최 전 교육감을 검거한 결정적 근거는.

"그가 쓰는 휴대폰과 카드를 역으로 추적했다. 사용한 휴대폰과 카드는 모두 제3자 명의였다. 제보는 없었다. 휴대폰은 수시로 바뀌었고, 거처와 신용카드 명의자도 제각각이다. 인천에 살기 전 거주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 아파트에선 혼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규성 사장이 '대포폰'을 만들어 줬다는 얘기도 있는데.

"(제3자가) 휴대폰을 모르고 줬을 수도 있어서 누구라고 단정하면 범죄 사실이 될 수 있다. (소유자가) 가족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이 만들어 주지 않았겠나. 제3자 중에는 친·인척도 포함됐다. 참고로 가족은 (범죄자) 도피를 도와도 죄를 물을 수 없다."

-수뢰 사건 관련자 중 미검거자는.

"사건 관련자 9명 중 (최 전 교육감이) 마지막이다. 기소된 일부는 무죄가 나왔다."

-최 전 교육감의 공소시효는.

"2023년 6월 29일이다. (검찰은) 2010년 12월 15일 기소중지했다."

-건강은 어떤가.

"71세면 (고령이어서) 아프지 않겠나.(※이날 전주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호송차에 타기 위해 밖에 모습을 드러낸 최 전 교육감은 8년 전 모습과 거의 변함 없이 건강해 보였다.)"

-도피에 도움을 준 사람은 몇 명인가.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주로 교육 분야 관계자들이다. 수사하다 보면 여러 명이 다칠 수 있다. 여러분(기자들)도 알 만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검찰이 8년 넘게 최 전 교육감을 못 잡아 '안 잡는 게 아니라 못 잡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수사라는 게 가장 재수 좋은 검사와 가장 재수 나쁜 피의자가 만나는 거 아니냐. 수사팀에 따라 (사건 중요도에 대한) 우선순위가 달랐을 뿐이다. 지난 8월 (최 전 교육감 검거를 위한) 전담팀을 꾸렸다. 전담 검사(김현서)와 수사관 2명이 있다. 막상 체포 뒤엔 (검찰) 내부에서도 보안에 신경 썼다. 최 전 교육감을 체포하자 (전주지검) 직원들이 가장 좋아했다. 그동안 밖에서 '검찰이 봐주는 것 아니냐'고 오해를 해 마음고생이 컸던 것 같다."

-향후 수사 방향은.

"도피 과정에 돈이든 거처든 제3자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수사할 예정이다."

7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지검에서 잠적 8년 만에 검거된 최규호 전 전북도교육감이 교도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지검에서 잠적 8년 만에 검거된 최규호 전 전북도교육감이 교도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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