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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도시철도 2호선의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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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호
김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호 광주총국 기자

김호 광주총국 기자

광주광역시 도심 곳곳에서는 요즘 ‘현수막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 사업을 둘러싼 공론화 절차가 시작되자 내건 사업 찬반 입장이 담긴 현수막들이다. ‘교통 복지’와 ‘예산 낭비’ 주장이 맞서고 있다. 시민들도 혼란스럽지만 16년간 이어져 온 2호선 논란이 종착역에 도착하길 바라며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총 사업비가 2조579억원에 달하는 2호선 건설 사업은 2002년부터 추진됐지만,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2호선의 필요성, 건설방식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듭됐다. 급기야 2014년 사업 전면 재검토까지 했지만, 당초 계획대로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진통은 계속됐다. 2004년 개통 후 운영적자가 심각한 1호선에 이어 2호선까지 연간 1300억원 안팎의 적자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과장되거나 잘못된 산출이라고 반박했다. 승용차 비중이 늘어나 점차 더욱 극심한 교통혼잡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2호선을 도입해야 하고 1호선과 상호 연계가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자가용이 늘고 버스를 추가 도입하는 것보다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이라고 했다.

양측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제안을 광주시가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론화 시민참여단 250명 선정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이들은 사전숙의를 거쳐 오는 9일부터 1박 2일간 종합토론회에서 찬반 의견을 제시한다. 이어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권고안을 도출해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제출한다. 이 시장은 권고안을 토대로 최종 결정한다.

그런데 공론화 절차가 삐걱거리고 있다. 공론화를 요구했던 시민사회단체가 공론화 절차 중단을 요구하면서다. 단체는 이 시장과 광주도시철도공사가 2호선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걸 문제 삼았다. 시가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광주시는 시민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돕기 위한 정보 제공은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시민사회단체가 현수막 등을 통해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공론화 과정에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와 이를 바탕으로 한 주장은 시민들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필수다. 광주시와 시민단체 양측 모두는 서로를 비판만 하기보다는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시민들까지 참여 중인 공론화 절차를 중단할 수는 없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의 종착역이 또 다른 논란의 출발역이 되지 않길 바란다.

김호 광주총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