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징계 규정’ 없는 서울대, 만든다더니 5개월째 ‘미적’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월 서울대 교내에서 서울대 재학생들이 성희롱과, 연구비를 횡령 등의 논란을 빚은 사회학과 H 교수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서울대 교내에서 서울대 재학생들이 성희롱과, 연구비를 횡령 등의 논란을 빚은 사회학과 H 교수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인화 이후 7년째 교원(교수)에 대한 ‘징계 규정’이 없던 서울대가 지난 5월 ‘교원 징계 규정·제정안’ 만들기에 나서고도 5개월째 시행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경미 의원 "7년째 없는건 직무유기" #서울대 관계자 "사립학교법 준용해"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대는 2011년 법인화된 이후 별도의 교원 징계 규정 없이 운영돼왔다. 지난 5월 교원 징계 규정안에 대해 학내 의견 수렴과 법학연구소의 자문까지 거쳤지만 여전히 시행되지 않고 있다.

박경미 의원은 “학생 징계 규정은 있고, 법인화 이후 직원에 대한 징계 규정도 새로 제정한 반면 교원에 대한 징계 규정만 7년째 마련하지 않은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올해 서울대 수시전형 합격생들이 고교 시절 받은 교내상이 평균 3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올해 서울대 수시전형 합격생들이 고교 시절 받은 교내상이 평균 3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서울대의 정관(제34조 교원의 징계)을 살펴보면 ‘교원에 대한 징계의 종류, 양정,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별도의 규정으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서울대에는 현재 이 ‘별도의 규정’이 없는 상태다. 대신 ‘사립학교법’을 따르고 있다.

재심의를 거쳐 지난 5월 징계 처분이 내려진 ‘사회학과 H교수 사건’도 사립학교법을 따랐다. 서울대의 모 교수가 지난해 성추행과 폭언, 횡령 혐의로 교내 인권센터에 제소된 일이다.

하지만 박 의원은 이 과정에서 대학이 사립학교법마저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립학교법에서는 교원징계위원회가 ‘징계 의결 요구’를 받고 최대 90일 이내에 징계를 정해야 한다. 서울대는 H교수 사건이 징계위에 회부된 지 9개월이 지난 올 5월에서야 ‘정직 3개월’로 징계를 정했다.

박 의원은 “사립학교법에는 징계위원 중 한 명 이상은 외부 위원으로 정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서울대는 교수 8명으로만 위원회가 구성돼 있는 점도 문제다”고 말했다. 학생·교수들은 서울대 H교수의 징계 처분에 대해 “징계가 너무 가볍다”며 집단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서울대는 지난 5월 ‘교원 징계 규정·제정안’ 만들기에 나섰다. 기존 사립학교법의 ‘정직·감봉 1~3개월’인 징계를 최대 12개월까지 늘리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안과 관련해 6월에는 확대간부회의와 규정심의위원회의 심의까지 거쳤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서울대 교무처 관계자는 “중단된 게 아니라 각종 위원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지체되고 있다. 특별한 상황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화가 된 지 7년이 흐르고 나서야 교원 규정안을 만드는 점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규정을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사립학교법을 준용해 왔다”고 말했다.

박경미 의원은 “차후 징계 규정안과 관련해 교원인사위원회 검토도 남아있는데 모두 교수로 구성돼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면서 “징계와 의결 절차 등이 세부적으로 담긴 규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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