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와인 "원더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 정확히 30년 만에 이루어진 재시음회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산에 또다시 참패해 명예 회복에 실패했다. 와인 전문가들은 24일 캘리포니아의 포도주 주산지인 나파밸리와 영국 런던에서 동시에 시음회를 열었다. 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됐던 시음회의 재대결이었다.

30년 전에 출품됐던 빈티지 레드와인(적포도주) 보르도산 4종과 캘리포니아산 6종 등 모두 10종이 재등장해 자웅을 겨뤘다. 심사위원들은 블라인드 테스트(눈을 가리고 실시하는 시음)를 통해 맛을 감별했다. 결과는 '신세계' 와인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산의 완승으로 끝났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보르도 와인은 1~5위를 모두 미국산에 내주었다.

이번 재대결에서 최고 와인으로는 나파밸리에서 생산된 71년산 리지 몬테 벨로 카베르네가 뽑혔다. 몬테 벨로 와인 제조업자 폴 드레이퍼는 "명성이 재차 확인돼 너무나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76년 '파리의 심판'이 재현된 것이다. 당시의 파리시음회는 신세계 와인이 싸구려라는 인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본고장인 프랑스의 보르도산에 도전장을 낸 캘리포니아 와인 중 73년산 스태그스 리프 와인 셀러스 카베르네가 예상을 뒤엎고 당당히 1위에 오르는 이변이 일어났었다. 이 와인은 이번에도 2위에 올라 30년 전의 명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스태그스 립의 소유주인 워런 위니어스키는 "그때보다 못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보르도 와인 중에서는 샤토 무통 로실드가 최고 평가를 받았으나 6위에 그쳤다.

30년 전에도 심사위원을 맡았던 프랑스 와인 전문가 크리스티앙 바네크는 "두 번이나 캘리포니아의 손을 들어줬다"면서 "프랑스로 돌아가면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르도산 '무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캘리포니아산인 '클로 뒤 발'로 확인됐다"면서 "품질을 거의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벤트를 주관한 영국의 와인 판매상 스티븐 스퓨리어는 "캘리포니아 와인이 보르도 와인을 완벽하게 이겼다. 레드와인 부문에서는 보르도가 캘리포니아를 이길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음회에서는 최근 생산된 와인을 평가하는 '베스트 오브 나우' 부문도 함께 진행됐다. 와인 병에 프랑스와 미국 표시를 해 국가 간 직접 경쟁은 피했다.

이 부문에서 레드와인은 보르도산 샤토 마고 2000이, 캘리포니아산은 리지 몬테 벨로 2000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화이트 와인은 보르도산 중에서는 퓔리니 몽트라셰 프르미에 크뤼 데 퓌셸 2002 도멘 르플레브가, 캘리포니아산에서는 탈레브 로즈마리 빈야드 2002가 각각 최고 평가를 받았다.

한경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