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섬유산업 배우러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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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베트남 섬유산업연합회 「지·만· 롱」회장(67·) 일행4명이 지난 14일 우리나라를 방문,그동안 국내 섬유업체 및 섬유기계생산업체를 돌아보고 23일과 24일에는 대한무역진흥공사 (KOTRA)의 이맹기사장과 상공부 박삼규섬유국장을 각각 방문, 두 나라 사이의 경제교류 증진방안을 논의했다.
74년 종전이후 관계가 소원했던 우리와 베트남은 82년부터 물자교류를 시작, 87년 한국의 수출 4천2백36만8천달러, 수입 9백90만5천달러로 대공산권 교역국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빈번한 경제인 왕래로 공산권외교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특히 「롱」회장은 「판·반·둥」「레·둑·토」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혁명동지로 베트남 정계와도 줄을 대고 있다. 그는 이번 방한기간 중 섬유원료 및 기계 2백만달러어치의 수입계약을 체결했다.
「롱」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베트남 두나라의 경제교류현황과 전망을 살펴본다.
-이번 방문 목적은.
▲베트남은 전반적인 산업, 특히 섬유산업이 낙후되어 있다. 지난 연말 수산공사팀이 한국을 다녀와서 발전된 한국의 모습을 소개해 우리 정치지도자들을 놀라게 했다.
우리 일행은 한국의 발전상을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배우고 특히 섬유산업은 생산기술에서부터 경영기법까지를 배우러 왔다.
-KOTRA 이맹기사장과는 무엇을 협의했나.
▲두나라 경제협력증진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사장을 베트남에 초청했다. 구두초청이지만 관련사항은 귀국 즉시 정부지도자들에게 보고하고 가능한 한 3월안에 방문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취하겠다.
-이사장의 반응은.
▲이사장은 무역사무소 개설에 관심을 보였다. 이 문제는 우리가 대답할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두나라의 경제교류는 어떠한 형태로든 증진될 전망이다.
-국교가 없는데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우리정부의 공식적 입장는 경제협력에는 어느나라도 차별을 두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서울올림픽에도 참가했다. 이사장의 초청도 이같은 우리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 지난날 교전상대국이었다. 경제교류에 장애가 되지 않겠는가.
▲총을 들고 왔던 사람을 모두 적으로 돌리면 친구가 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가 중요하다. 한국이 베트남전쟁에 군대를 파견한 것은 주변여건때문이었고 게다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마련되고 있는 마당에 문제될 것이 없다.
-두나라 교류증진을 위해 한국이 해줄 수 있는 일은.
▲베트남은 시급한 경제과제가 3가지 있다. 첫째는 식량문제해결이고, 둘째는 일상 생필품의 자급자족, 세째는 수출확대다.
섬유는 생필품 자급자족과 수출확대 측면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 우리는 훌륭한 노동력을 갖고 있지만 기계의 50%이상이 노후화 돼 가동되지 못 하고 있고 원료도 부족상태다. 그동안 많은 외국기업들이 우리를 위해 일했지만 효과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우리가 한국을 찾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선 급한대로 섬유원료 수입추진에 힘썼다. 그러나 우리관심은 기계다. 한국도 중고기계를 수리해 우리가 쓸 수 있게끔 신경을 써 주고 아울러 양잠·화섬·생산시설 및 기술을 우리에게 전해 주었으면 좋겠다.
-두 나라 교역증대방안은.
▲모든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교역은 탁구와 마찬가지로 주고 받는 것이 규칙적이어야 성립된다.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1백원어치를 사오면 적어도 60원어치를 팔아야 균형이 이루어진다. 실질적 차원에서 한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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