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 업무추진비 진실 공방, 정부 감사로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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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기획재정부의 공방전이 격화일로다. 기재부는 심 의원 보좌진이 한국재정정보원의 예산 자료를 비정상적 방법으로 열람하고 청와대 등 30여 개 기관의 예산 정보 수십만 건을 내려받아 불법 유출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나흘 만인 지난 21일 심 의원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섰다. 그러자 심 의원은 “기재부가 발급한 아이디(ID)를 통해 정상적으로 정보를 받았고, 조작 도중 백스페이스를 눌렀더니 자료가 떴을 뿐”이라며 김동연 부총리 등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자유한국당도 26일 “문재인 정부의 야당 탄압이 도를 넘었다”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를 즉각 소집해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부총리가 수장으로 있는 부처와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5선 야당 의원 간에 날선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유감스럽다. 9월 정기국회가 이 사안에 발목이 잡혀 공전할 우려도 있다. 진실이 조속히 밝혀져 상황이 매듭지어져야 할 이유다. 만일 기재부 자료가 해킹을 통한 불법적인 방법으로 유출됐다면 사법적 처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심 의원 측은 “키보드를 한 번 눌렀을 뿐인데 자료가 떴다”며 그 과정을 공개 시연하기까지 했다. 이 주장이 맞는다면 정부의 보안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 보안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심 의원이 확보한 자료는 정부 기관장들의 업무추진비 내역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심 의원이 정부의 기밀사항을 유출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국민 입장에선 기관장들이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썼는지 알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심 의원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의 정부 구매 카드가 유흥업소에서 쓰였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청와대는 “심 의원은 불법으로 얻은 정보를 마음대로 뒤틀고 거짓 포장해 언론에 제공하며 청와대를 공격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을 해소하기엔 궁색해 보인다. 그런 만큼 이 사안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진실이 규명돼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