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고 시들고… 도심 가로수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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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뒤 도심의 가로수도 쑥대밭이 됐다.

부산시내 가로수.화단수 3만2천4백51그루가 뽑히거나 부러졌다. 피해액만 85억원에 이른다.

특히 가로수 잎이 80% 가량 이번 강풍에 갈색.황토색 등으로 말랐다. 거리에는 온통 낙엽이 뒤덮고 있어 벌써 퇴락한 가을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강서구.해운대구.영도구 등 해안을 끼고 있는 지역에서 피해가 더 컸다.

가로수 왜 대량 넘어졌나=전문가들은 "강한 태풍이 불었다고 해도 가로수가 이렇게 많이 뿌리채 뽑히거나 넘어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뿌리가 제대로 성장할수 있는 면적과 토양이 확보돼 있었으면 쉽게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화분에 가로수를 심어놓은 것 같은 형상이어서 뿌리가 깊게 뻗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동아대 도시조경학부 김승환 교수는 "낙엽수의 경우 잎과 가지는 무성하게 자랐으나 뿌리는 깊게 자라지 못해 쉽게 무너졌다"며 "사람에 비유하면 상체에 비해 하체가 너무 약한 사람으로 볼수 있다"고 말했다.

수종은 더 다양하게=해송 등 침엽수가 이번 태풍에 비교적 잘 버텼다고 해서 침엽수 위주로 가로수를 심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침엽수 계통의 상록수는 도시 분위기를 어둡게 하는 면이 있고 대기 정화능력이 떨어진다.

소나무의 경우 재선충이 발생하면 바로 베어내야하고 관리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낙엽수를 심어 계절변화를 느낄수 있어야 하고 선진 도시에선 낙엽수를 갈수록 많이 심는 추세다.

김승환 교수는 "부산은 선진도시에 비해 가로수 수종이 절반 밖에 안된다"며 "수십년만에 닥친 태풍만을 생각해 특정 나무만을 심어서는 안되고 더 다양한 수종을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 13일부터 수목의 잎 등을 씻어 염분을 없애는 작업을 벌이고 있고, 수목의 피해에 대해서는 추경예산이나 예비비를 통해 해안에 강한 수목으로 보식해 나가기로 했다.

◇왜 잎이 빨리 떨어지나=강한 바람에 잎의 조직이 무참하게 손상됐기 때문이다.

또 해일에 의해 바람기를 타고 온 염분이 잎의 기공으로 침투,빨리 마르게 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잎이 마르거나 떨어진 것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어차피 10월이면 낙엽수의 경우 낙엽이 된다.좀더 일찍 찾아왔을 뿐이라는 것이다.다만 올 가을에는 예쁜 단풍을 보기 어렵게 됐다.

또 나무도 살아남기 위해 손상된 잎을 빨리 낙엽으로 만들어버리는 속성이 있다.잎을 떨어뜨리고 생장을 정지한 뒤 겨울채비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일에 의해 바닷물이 토양에 다량 침투했거나 잎이 너무 심하게 손상됐을 경우 나무가 고사할수도 있다.

또 나무의 여러 부분에서 부분적으로 말라죽기도 해 나무 모양이 볼품없게 전락할수도 있다.

임업연구원 성주한 박사는 “뿌리 쪽에도 바닷물이 다량 침투했거나 잎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면 고사할수도 있고 생장에 지장을 주게 된다”며 “이럴 때는 비가 좀 많이 내려서 염분을 씻어내 중화시켜주면 회복이 빠르다”고 말했다.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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