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기업 20년새 반토막 … 늙어가는 제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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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 제조업이 늙어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제조업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신생 제조기업의 역할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1995년 51%서 2014년 28%로 #“미래 성장률 위해 규제 개선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3일 내놓은 ‘제조업 신생기업의 성장동력 역할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종사자 수 10인 이상 기업 중 업력 5년 이하의 신생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기준 28%를 기록했다. 1995년(51%)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제조업 총생산성 증가에서 신생기업이 차지하는 기여도 역시 줄고 있다. 1995~2000년 3.8%에서 2000~2005년과 2006~2010년에 각각 2.6%로 감소했고, 2010~2013년에는 1.5%까지 떨어졌다.

이러면서 제조업의 전체 총생산성 증가율도 1995~2000년 7.3%에서 2010~2013년 3.1%로 줄었다. 보고서는 “신생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하락하면서 경제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도 축소되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특히 정보통신(IT) 분야와 같은 첨단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신생기업의 역할이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첨단기술 제조업에서 신생기업의 생산성 증가 기여도는 1995~2000년 1.3%에서 2010~2015년 0.2%로 감소했다. 저기술 제조업의 경우 신생기업의 생산성 증가 기여도가 같은 기간 0.7%에서 0.2%로 줄었다.

보고서는 “신생기업의 진입과 성장은 미래의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현재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업 지원 정책이 실질적으로 신생기업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민호 KDI 연구위원은 “정부가 기업을 직접 선별해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라며 “정부는 새로운 지원 대상을 찾아 사업을 만드는 공급자 위치에서 벗어나 스스로 혁신 창업자의 자세로 투자에 대한 위험요소를 명확히 인식하고 지원 성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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