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좋지 않아” 김기춘, 검찰 소환 불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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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검찰은 14일 출석할 것을 재차 통보했다.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선 뒤 석방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항의를 들으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이날 최장 구속 기한인 1년 6개월을 모두 채우고 석방됐다. [뉴스1]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선 뒤 석방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항의를 들으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이날 최장 구속 기한인 1년 6개월을 모두 채우고 석방됐다. [뉴스1]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 30분까지 김 전 실장에게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예고된 시간을 넘겨서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전날 건강상 이유로 검찰 소환 통보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검찰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6일 새벽 출소한 뒤 서울 평창동 자택에 잠시 들른 뒤 병원으로 향했다. 측근은 “여러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서 현재로썬 건강 상태가 어떤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에 검찰은 14일 오전 9시 30분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다시 통보했다. 이마저 거부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김 전 실장이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전범 상대 민사 소송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입증할만한 유력 증거를 지난 2일 외교부 압수수색에서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강제징용 사건 진행 상항을 논의하기 위해 2013년 10월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도 문건을 통해 확인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일 김 전 실장이 수감 중이었던 서울동부구치소를 찾아 방문 조사를 시도했지만, 김 전 실장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지난 6일 ‘블랙리스트’ 사건 구속기간 만료로 출소하기 전 구속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대법원 재판을 받고 있지만, 판결 전에 구속 시한(1년6개월)이 만료되면서 풀려난 상태다. 판결에 따라 김 전 실장이 다시 수감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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