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는 자연현상 착각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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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UFO목격·촬영 사례가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 ①1995년 9월 경기도 가평에서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촬영한 사진. ②74년 3월 프랑스에서 한 의사가 찍은 것. ③75년 7월 스위스에서 카메라에 잡힌 비행물체. ④2004년 3월 멕시코 공군 조종사가 촬영한 비디오 영상. [중앙포토]


외계(外界)에서 온 것으로 추정됐던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실은 단순한 자연현상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영국 국방부 기밀 보고서가 공개됐다고 BBC를 비롯한 영국 언론이 7일 보도했다.

'영국 영공에서의 미확인 현상'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UFO가 자연현상이 아닌 다른 힘에 의해 조종된다고 판단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400쪽 분량의 보고서는 4년간의 조사.연구 끝에 2000년 완성됐다. 그러나 최근까지 군사기밀로 분류돼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영국 국방부는 셰필드 핼럼 대학의 한 강사가 관련법에 근거해 정보공개를 요구하자 이를 수용했다.

보고서는 "UFO가 딱딱한 물체로 존재한다는 근거가 없다. 대신 대기권.중간권.전리층에서 일어나는 물리.전기.자기적 현상에서 비롯한 현상이 분명하다는 증거는 많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UFO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고, 대부분 기상현상을 착각한 것이란 뜻이다.

보고서는 또 "UFO를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했다는 사람의 다수는 플라스마와 관련된 장(場)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장에 접근하면 인간의 뇌에 일시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의학적으로 입증됐다는 것이다. 이 경우 목격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묘사하지만, 대부분 사실이 아닐 때가 많다. 플라스마와 관련된 장에 가까이 가면 차량도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밖에 밝은 빛을 내는 항공기나 특이한 모양의 열기구, 이동하는 새떼 등도 종종 UFO로 오인된다. 영국 국방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서만 UFO 목격 사례가 100건을 넘는다.

더 타임스는 "영국 국방부는 오랫동안 'S4F'라는 이름의 특수팀을 운영해 왔고, 이들이 민간과 군에 의해 목격된 UFO의 출현 일지를 기록하는 등 관련 자료를 수집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S)은 1996년 UFO 연구를 위해 '컨다인'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국방장관에게도 알리지 않고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연구 목적은 UFO가 영국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보고서는 11부만 만들어졌으며, 영국 내에서만 열람이 가능토록 분류돼 왔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공개된 연구는 미확인비행물체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롭고 분명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같은 연구를 다시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의 약자다. 말 그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 물체를 뜻한다. 알렉산더 대왕의 군대가 기원전 329년 하늘에서 '두 개의 은빛 방패'를 보았다고 기록돼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목격돼 왔다. 접시나 원반 모양이 많아 '비행접시'로도 불린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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