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잔액 거슬러줘야 한다|할인발행 손해 고객에 떠넘겨선 안돼|폐업·주인교체 대비 공탁금제도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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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당국의 상품권 부활 방침에 따라 오는 12월께부터 상품권이 정식 유통되게됐다.
소비조장·물가에의 악영향등을 이유로 지난 75년부터 발행·유통이 금지됐다고는 하나 그 동안 아무런 규제없이 공공연히 거래돼오던 터라 당국의 이번 발표가 새삼스럽긴 하지만 그 동안 음성적으로 거래돼오면서 문제가 적지않았던 만큼 양성화를 계기로 상품권으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단단해 졌으면 하는게 소비자들의 바람이다.
이점에서 잔액환불·확실한 교환보장·유효기간·발행업체 도산시의 보상등등의 문제가 업자 아닌 소비자측의 입장에서 규율, 정착되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한다는 것이 한국소비자 보호원 및 소비자단체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상품권의 현재 유통실태와 한국소비자 보호원에 접수된 주요 소비자피해사례와 문제점을 살펴본다.

<실태>
당국의 발행금지조치에도 불구, 유명제화점과 의류대메이커·고급마춤복점·제과점·일부 유통업체들의 상품권이 공공연하게 유통돼온 것은 알려진 사실.
상품권거래가 일반화되다시피한 제화업계의 경우 전체매출의 50∼60%가 상품권으로 이뤄져 금강제화·에스콰이어·엘칸토등 5대 메이커만 꼽더라도 연간 상품권 거래액이 5백억∼6백억원 이상이라는게 관계기관의 추산이다.
다만 상품권이란 명칭을 피해 상품인환권·보관증·할부구매전표·할부전표·교환권·선물권·영수증·현금보관증등의 다양한 명칭을 사용하고있는데 보통 선불처리된 상품권을 갖고 해당 매장에서 권면에 표시된 금액 (또는 물품)범위에서 물품을 구입, 교환하는 방식에서는 같다.
그러나 소비자(소지자)가 잔액환불등 상품권에 대한 액면금액만큼의 「권리주장」을 하지못한다는게 계속 문제로 지적돼온 실정이다. 여기에는 추석등 성수기에 상품권 자체가 대량 거래되면서 상품권발행업자와 대량구입업자 간에 40%까지 할인거래가 성행하는등 유통상의 문제가 배경에 깔려있다.
뿐만아니라 공탁금 설정등이 없는 상태에서 업체들이 아무런 규제없이 상품권을 남발, 업체도산등의 경우 소비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해야했던 사례도 적지않아 역시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피해사례>
◇잔액환불거부=매장에서 구입 후 남은 차액을 거슬러 주지않는게 현재 거의「관행」처럼 돼있는 상태. 상품권법에서 표시물품등의 교환이 불가능하거나 지연될 경우 소지자의 요구에 따라 현금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제12조2항) 당연한 듯 행해지고 있는 이같은 환불거부는 우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상계동에 사는 주부 김은숙씨는 선물로 받은 4만원권의 금강제화티킷을 사용 후 6천4백원의 잔액이 생겼는데 매장측이 환불은 안된다며 다음에 살때 쓰도록 현금보관증을 떼줬다.
면목3동의 신명숙씨의 경우도 5만원권의 구두티킷·2장으로 6만4천원짜리 숙녀화를 샀는데 매장측이 1천원만 환불하고 3만원은 다시 상품권으로 끊어줬다.
결국 소비자보호원을 통해 이에 항의, 모두 환불받을 수 있었다.
◇교환거절=회사원 김태열씨는 슈즈살롱 킴스 발행으로된 상품권을 갖고 해당구입처를 찾아갔으나 주인이 바뀌었다며 이의 교환을 거절했다.
확인결과 상품권발행담당자와 취급처인 킴스간에 어음발행을 둘러싼 대금분쟁이 벌어져 문제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킴스측이 해명하고 교환해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업소폐업=흔히 대리점등에서도 상품권을 자체 발행하고있는 실정이라 자칫 부도·폐업의 경우에는 교환이 거절되기 일쑤다.
강서구신정동의 주근택씨는 친지로부터 받은 케리부룩 대전지점 발행의 4만원권 티킷을 갖고 명동지점을 찾아갔으나 매장측은 대전점이 얼마전 폐업했다며 교환해 줄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상품권의 상호가「케리부룩」이고 「전지점에서 통용된다」는 문구가 있음을 들어 본사측에 책임을 따져 결국 구두로 교환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근거가 없었을 경우 이 상품권은 한낱 「종이쪽」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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