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에 새끼참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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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 무기수가 감옥에서 틈틈이 편지를 써 계수씨에게 보냈다.
그 무기수는 얼마 전 형집행정지를 받고 석방되었다.
그는 석방되자마자 그 동안 계수씨에게 보낸 편지를 한데 묶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그 책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실려 있었다.
-동료 죄수가 참새 집에서 참새 새끼를 꺼냈다.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 참새는 손아귀에서 놀란가슴을 할딱이고 있는데 사색이 된 어미 참새는 새끼참새 주위를 어지럽게 날고 있다.
보다 못한 죄수가 새끼참새를 땅에 내려놓았더니 어미 새는 번개같이 내려와 서로 몸을 비비며 어쩔 줄을 몰랐다. 그렇다고 새끼를 물고 그 높은 새집까지 날아 오를 수도 없다.
할 수 없이 새끼 참새를 감방으로 가져와 빈 쥐덫에 넣어 창문턱에 얹어 놓았다. 어느새 두 마리의 어미 새가 좇아와 위험을 무릅쓰고 새끼에 번갈아 먹이를 물어 날랐다.
먹이를 물어 나르던 어미 새는 쥐덫에 갇혔다가 놓여나는 혼찌검을 당하고도 조금도 변함없이 그 일을 되풀이했다.
새끼가 무엇인지, 어미가 무엇인지, 생명이 무엇인지…. 참새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아팠다. 나는 어머님을 생각했다…. - (신영복·『감옥으로부터의 사색』중에서).
지난 9일동안 온 서울시내를 벌집 쑤셔놓듯 소동을 벌였던 탈옥수들의 집단 인질극이 16일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정도의 처참한 광경을 연출하며 끝을 맺었다. 그들 가운데 세 명은 어머니와 가족들의 애절한 호소도 저버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도소보다 죽음을 택한 이번 탈옥수사건은 우리 나라 행형제도에 적잖은 문체점이 있음을 노출시켰다. 교도소내의 비리도 비리지만, 이른바 「보호감호」제도도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엊그제 국감에서 처음 공개된 청송보호감호소에 수용된 수감자는 모두 3천5백81명(여자 85명 포함)이었다.
그런데 제1감호소에 수용된 수감자 1천8백8명 중 감호 기간 7년이 5백80명이었고 나머지 1천2백28명은 모두 감호 기간이 10년이었다. 참으로 엄청난 숫자다.
범죄를 줄이려고 만든 보호감호 제도가 오히려 죄인들을 더욱 흉포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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