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남편 보증 받아오라' 박대당하는 여성기업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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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06 세계여성경제인 서울총회'가 열리고 있다. 전 세계 600여 명의 여성 경제인들이 사업정보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구성해 해외 진출을 돕는다고 한다. 지난해 말 한국의 여성 기업은 118만 개로 전체 기업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5년 만에 25만 개나 늘어났으니 비약적인 도약을 한 셈이다.

하지만 여성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벽은 아직까지도 높기만 하다. 여성 기업인들은 "아직도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은행 융자를 받으려면 '남편의 보증을 받아오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조사에서 여성 기업인 10명 중 4명은 첫 번째 애로사항으로 "금융기관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용도를 낮게 평가한다"고 토로했다. 여성 기업의 70% 이상은 5명 미만의 영세업체가 대부분이어서 금융기관의 신뢰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여성 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식의 전환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여성 기업이 후발업체나 마찬가지이며 동시에 인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에 진출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보호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성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공공기관에서 구매한 비율은 전체의 2.2%에 불과했다. 1999년 제정된 '여성기업지원법'이 여성 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미국처럼 여성 기업인의 활약이 눈부신 나라에서도 여성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증을 서고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판로 개척 역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국민소득 2만 달러에 도달하기 위해 여성인력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한국의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57.1%)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보다 20.8%포인트나 낮아 최하위다. 고용 극대화를 통한 지속적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100만 명을 넘어선 여성 기업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