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나체’ 사진 유포한 남성, 2심서 실형…“벌금형 너무 가볍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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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남자친구가 올린 것처럼 피해자 사진과 다른 여성의 나체 사진을 편집해 인터넷에 게시한 20대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중앙포토]

피해자 남자친구가 올린 것처럼 피해자 사진과 다른 여성의 나체 사진을 편집해 인터넷에 게시한 20대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중앙포토]

지인인 여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얼굴 사진을 임의의 나체사진에 나란히 배치해 인터넷에 올리고 마치 자신의 여자친구 사진인 것으로 오인혼동을 일으킨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사회적ㆍ인격적 살인’에 벌금 1000만원은 너무 가볍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부장 임성철)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모(27)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이씨는 2016년 피해 여성의 얼굴 사진을 성기가 노출된 임의의 나체 사진과 함께 인터넷 블로그에 게시했다. 이 게시글에는 선정적인 내용의 성적 표현도 포함됐다. 이씨는 사진 아래에 “진심 어린 XX녀 사랑해 자기야” “남자 한 명이랑 XX했다” 등 성적 표현이 담긴 글을 적었다.

특히 이씨는 피해 여성 남자친구의 이름과 비슷한 이름으로 블로그를 개설하는가 하면 피해자와의 성관계 등 성적으로 피해 여성을 비하하는 글을 지어내 올림으로써 피해 여성 주변 사람들이 사진과 글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이씨의 범행으로 피해 여성은 대인기피증, 우울증, 불면증 등의 정신질환을 얻었고, 이로 인해 학교 수업 참석도 힘들어 졸업을 늦추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남자친구가 피해 여성의 사진을 촬영한 뒤 게시글을 올렸다’는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1심은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의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해 이씨에 대한 엄한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면서도 “이씨가 초범이고 사회초년생으로서 왜곡된 성 의식 개선의 여지가 큰 점, 피해자에 사과하고 사진 삭제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벌금형에 불복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씨 역시 1000만원의 벌금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타인이 봤을 때 나체 사진이 피해자의 것이고, 덧붙인 글도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작성했다고 믿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인터넷에 게시한 사진ㆍ글 등의 자료는 무한정한 복제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한 번 유포된 자료는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완전히 삭제되었음을 확인할 방법도 없다”며 “피해자의 삶을 이 사건 범행 전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종류의 범죄는 개인, 특히 여성에 대한 사회적ㆍ인격적 살인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1심의 형은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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