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20억 강남 아파트 2채 소유자, 보유세 1315만원→2649만원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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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보유세 개편까지 이어지면서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다만 서울 강남 집값을 잡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단지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재건축 초고이익 환수, 보유세 강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은 하락 추세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단지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재건축 초고이익 환수, 보유세 강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은 하락 추세다.

22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부동산 보유세 권고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요약하면 이렇다.

재정특위 ‘보유세 개편 권고안’에 따른 시뮬레이션 #다주택자는 공시가 반영 비율 높이고 세율도 높일 듯 #"재건축 규제 부담 겹쳐 강남이 가장 큰 타격” 전망 #세부담 증가로 민간 소비에 악영향 가능성도 #일부에선 “알려 진 변수라 큰 타격 없을 것”예상

재정개혁특위는 ▶종부세 과표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간 10%포인트씩 올리는 방안(1안) ▶최고세율을 현 2%에서 2.5%(주택 기준)까지 올리는 방안(2안) ▶1·2안을 병행하는 방식 ▶1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만 올리되 다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및 세율을 인상해 차등 과세하는 방안 등 네 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권고안대로라면 1주택자는 10% 안팎, 다주택자라면 최고 2배 수준으로 보유세 부담이 가중된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97㎡에 살고 있는 1주택자라면 내년 318만원 수준인 보유세가 공정시장가액비율 100%를 적용할 경우 559만원으로 오른다. 현재 시세가 20억원인 것을 감안해 내년 공시가격이 15억6800만원으로 오르는 것을 가정한 분석이다. 연간 총 보유세 부담이 50% 이상 증가할 수 없다는 상한 규정은 감안하지 않았다.

강남의 20억원짜리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올해 1375만원에서 내년 2649만원으로 껑충 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0%로 하고, 세율을 0.5%포인트 인상했을 때다. 다만 세 부담 상한선(150%)을 적용하면 1972만원이 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주택자의 경우 입법 과정까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주택자에겐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과표 기준을 동시에 높이는 4안이 채택되면 부담이 크다. 정부는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시가 10억∼30억원 기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최대 25.1%, 다주택자는 최대 37.7% 늘어난다고 밝혔다.

권고안대로 보유세가 인상되면 집 소유자들은 한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부담이 추가로 생긴다. 양도세 중과보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집 소유자든, 투자자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국토교통부의 공시가격 인상까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세 부담은 더 늘어난다.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돼 거래 시장이 침체할 것이란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심리적 압박이 가중돼 ‘거래 절벽’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보유세 강화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서울 강남권”이라며 “최근 2~3년간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커 보유세 부담도 큰 데다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으로 악재가 몰려 있다”고 말했다.

가계의 세 부담 증가로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참여정부 수준으로 종부세율(주택 3.0%)을 인상하면 세 부담이 22~100%까지 늘어난다”며 “소유주가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전가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민간 소비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은 이미 숨 고르기 단계로 돌아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3개월간 인근 중개소 30여 곳의 거래량이 7~8건에 불과했다”며 “지난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번 보유세 강화 여파로 거래는 더욱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5월 전국 주택 매매량은 6만77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5046건)보다 20.3% 줄었다. 최근 5년 평균(9만506건)과 비교하면 25.1% 감소했다. 특히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주택 매매 건수는 1764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해 60% 가까이 줄었다.

다만 보유세 인상안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 강화가 시장에 부정적인 것은 맞지만 장기간 노출됐던 정보라 큰 충격은 아닐 듯하다. 급락보다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서울 강남의 주택 소유자들은 그동안 집값도 많이 올랐고, 세 부담 역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며 “오히려 지방 집값이 하락하는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 부담이 커진 만큼 이를 임대료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 물량이 많아 보유세가 늘어나더라도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이번 개편안은 오는 28일 재정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보유세 개편 권고안’으로 최종 확정돼 정부에 전달된다. 정부는 이후 최종권고안을 7월 발표할 세제 개편안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반영해,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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