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망 안겨준 납북자 해결 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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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그러나 북측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기대했던 사안들 중 상당수가 흐지부지된 점은 실망스럽다. 이전 회담 때 들어갔던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에 관한 언급은 아예 공동보도문에서 빠졌다. 여러 차례 합의됐던 남북 간 철도.도로 개통 문제도 뒤로 미루어졌다. 북핵문제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는 원론적 수준을 넘지 못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도 마찬가지다. 합의문은 '전쟁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돼 있다. '납북자'라는 표현도 못 쓰고 막연한 표현으로 봉합된 것이다. 물론 적십자사 차원이 아니라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협의한다'고 합의한 것은 일단 진전이라고 정부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납북자나 국군포로들이 고령화되고 있는 시급성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합의할 사안은 아니었다고 본다.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채널을 가동한다'는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초보적인 조치는 최소한 얻어냈어야 마땅했다. 특히 우리의 막대한 대북 지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이전과 달리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점은 평가할 만하다. 또 공동보도문에는 없지만, 북측이 1978년 납북된 고교생 김영남씨에 대한 우리 측의 확인요청에 "해당기관이 구체적으로 조사 중"이라고 밝힌 것도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김씨의 존재를 전적으로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남북은 보다 성의를 보여 납북자 해결의 실마리를 이른 시일 내에 찾아야 한다. 이것만이 남북관계를 진정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 관건임을 남북당국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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